인간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때 항상 "계단"을 사용했다.

산을 오르려면 돌이나 나무로 된 계단을 밟고 올라간다.

인류의 찬란한 유산인 피라미드도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가고, 산사(山寺)를 찾을래도 수많은 계단은 필수코스이다.

 

물론 현대인은 시간에 쫓기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계단보다는 이제 엘리베이트로 짧은 시간에 위로 올라갈 수 있지만... 우리 사회생활 속 곳곳에도 이 "계단"이 존재한다.

인생사 모든 것이 "계단"의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지금 "계단이야기"를 쓰고 있는 필자 역시 계단을 수없이 밟은 사람이다.

 

계단은 사실 "슬로우(slow)"한 삶을 내포한다. 특히 그것이 원형계단이라면 위로 오를 때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계단의 높이가 낮을 수록 오르기는 덜 힘드나 시간은 더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한계단의 높이를 크게하면 오히려 힘이 더 들어가게 된다.

계단은 한발자욱씩 노력과 에너지를 요구하는 곳이다.

그래서 "로또"와 같은 일확천금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 이 계단이다.

서둘다 보면 천길낭떠러지로 구를 수도 있는 곳이 이곳이다.

어떻게 보면 매우 정직한 법칙이 적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건강은 마치 계단과도 같다. 우리 의사들은 그 건강의 계단에 자리하며 아픈 사람을 부축해주기도 하고 업어주기도 하고 하는 반려자와 같다.

계단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자주 이런 말을 한다. "언제 꼭대기까지 가느냐? 아직 멀었는가?.."하는 ....

계단에서 위를 쳐다보면 먼저 올라간 사람들의 엉덩이와 다리만 보인다.

아래를 쳐다보면 힘들게 뒤쳐저 올라오는 수많은 군상들의 머리가 보인다.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언제 저 위로 올라가 편히 쉴 수 있는가?..

물론 건강의 계단,삶의 계단에서 아래에 위치하면 불편하다. 위로 갈수록 편하고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길가는 100명의 범부들에게 물어도 똑같이 위로 가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끝난 이듬해 SBS스페셜드라마 "천국의 계단"이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적이 있다.

여기서 계단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스스로를 헌신과 희생으로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만들고 자신은 훌훌털고 저세상으로 간 태화(신현준분)의 정서(최지우분)를 위한 계단이다.

우리 의사들 역시 환자들,아픈 사람들을 건강한 천국으로 인도하는 "계단"과도 같은 존재이다. 태화만큼 몸전체로 가교를 만들만큼 철저히 희생적이지는 않지만 .....

 

"계단"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연결해주는 곳이다.

낮은 곳,적은 곳,없는 곳,아픈 곳,덜 행복한 곳에서 높은 곳,많은 곳,있는 곳,건강한 곳,더 행복한 곳으로 이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무"에서 "유"로 가는 희망과 가능성의 장소이다.

당장은 숨차고 힘들지만 저 높은 곳에 도달하면 내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것,갖지 못한 것을 새로이 보고 갖게 되도록 해주는 길인 것이다.

 

그러나 모든 계단이 다 이같은 좋은 메세지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가짜 계단", "속임수 계단", "신기루 같은 계단"이 독버섯 처럼 우리 주위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것이 문제다.

과연 어느 계단이 "진짜계단"인지 우선 그 계단 입구부터 찾기가 사실 쉽지가 않다.

오히려 이런 알짜배기 계단은 입구가 초라하여 건성으로 지나치기 십상이다.

대신 "pseudo stairs"는 그 시작부터 화려하고 유혹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계단으로 오르다 시간과 돈,정력만 낭비하는 사례가 비일비재 하다.

특히 건강과 관련해서는 우후죽순처럼 곳곳에서 아픈 사람들을 속이고 잘못 인도하는 것이 사실이다.

또 "로또계단"은 없는데도 이 계단을 가면 마치 단번에 천수를 누릴 건강을 보장하는 듯이 현혹하는 문구로 병약한 사람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물론 아픈 곳을 깨끗이 도려내면 단번에 완전건강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계단"의 개념이 아니고 치료개념이다.

건강을 위한 계단, 건강에 다다르는 길은 많은 시간과 노력,단계적인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확천금적인 로또건강은 대체로 어울리지 않는다.

 

인생은 늘 부침을 한다고 한다.

잘 나가다가도 추락하고 오늘의 부자가 영원히 부자가 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건강도 오르락내리락하는 인생과도 같다.

조금만 방심하면 건강은 좀 먹듯이 갉혀 먹힌다.

건강이라는 재산을 쌓기는 어렵지만 잃기는 매우 쉽다.

그래서 건강은 모래쌓기란 말도 있다.

오늘 내가 건강하다고 결코 내일을 장담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지금 나는 건강의 계단 , 그 어디에 와 있을까?

조금 낮은 곳에 있다고 하더라도 부지런히 올라가면 된다. 단지 시간과 노력,의지가 필요하다.

 

건강에 관해서는 결코 "로또계단"은 없다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