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평소 가까이 했던 사람이나 물건,습관을 멀리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두가지 방법을 고려해 본다.

이별을 택하거나 아니면 단교,끊는 것--이 두가지 중 한쪽을 통해 멀어지려 한다.



끊는 것은 한자로 단(斷),절(絶,切),이나 금(禁)으로 표현한다.

斷이나 絶(切)은 실로 연결해둔 것을 도끼나 칼로 짜른다는 뜻이고

禁은 옛날 숲속을 보면

그곳에는 나쁜 정령들이 있어 피해야 한다는 의미를 준다고 한다.



끊는다는 것은 이별(離別)하는 것과는 다르다.



술과 담배를 즐겨했던 사람이 어느날 금주(禁酒)나 금연(禁煙)을 결정한다.

대개 술담배로 인해 많은 폐해를 겪은 뒤에 이런 결정을 내린다.

삶이 따분하고 딱히 별취미가 없을 때 술담배 만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기호식품이 드물다.

아무리 힘들어도 저녁의 술 한잔,낮시간 잠깐의 담배 한대는 생활의 청량제와 같기 때문이다.

어쩌면 술 한잔에 생의 보람을 느끼고 술 안마시는 사람이 불쌍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백(李白)은 "월하독작(月下獨酌)"에서 ...

  "三盃通大道 一斗合自然 俱得醉中趣 勿謂醒者傳"

    ....."술 석잔이면 큰 도(道)와 통하고 술 한말이면 자연과 한몸이 되니 취해 얻음이 이럴진대

정신이 말짱한 사람에겐 말도 꺼내지 말라"...라고 희대의 애주가 답게 술을 극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로 인해 몸의 쾌락 호르몬은 날이 갈수록 그 효능이 떨어지고

인체는 부작용만 겪을 수 있으며, 이런저런 이유로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이들로부터 탈출하고자 결심한다.



술과 담배를 오래 탐닉하다보면 의존성이 생기고 일상이 이들 물건에 의해 조절되는 느낌마저 들게 된다.

조금만 내몸에서 떨어지면 불안하고 쩔쩔매기도 한다.

주객이 뒤바뀐 것이다.

이들에 의해 나는 한걸음도 자유롭지 못함을 느낀다.

생활은 단조롭게 이들 중심으로 재편되어 이들의 혈중반감기에 정확히 맞추어 진행된다.

몇 시간만 이들과 멀리하면 금단(禁斷)증세로 고통을 받게 되어

처음의 스트레스를 풀고 편안하고자 시작한 이들 습관이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와 불안에 휩싸인다.

육체 또한 간손상,뇌기능퇴보,각종 혈관손상,암발생 위험등에 노출되어

급기야는 이들이 나를 위협하고 고통을 주는 위해물질로 바뀌었음을 깨닫는다.



평안함이 이런건가?

깊은 회의로 나 자신을 되돌아 볼 때, 이제는 이들로부터 떠날 때가 되었음을 감지한다.

새로운 나의 모습을 찾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뒤늦은 결심을 하게 되는것이다.

비록 이들이 그동안 나에게 주었던 행복감,즐거움,여유로움을 기꺼이 포기하고

좀 우울하고 따분할지도 모르는 새로운 나의 세상,내가 창조하는 진짜 나의 세계를 만들기로 결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망가진 쾌락중추를 다시 추스리고 감각기관을 재정비하여

이제는 제한적이고 조촐하지만 보다 장기적으로 안정되고 내몸에 적합한 행복찾기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즐거움으로부터의 이별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는 것과도 비슷하다.

수백년전 송도의 名妓 황진이(黃眞伊) 가 사랑했던 소세양(蘇世讓)을 보내며 읊었던 詩를 보면

애틋했던 과거를 못내 잊지 못하는 괴로운  심정을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明 朝 相 別 後면  情 與 碧 波 長이라고" ...."내일 아침 님을 보내고 나면 그리운 정은 푸른 물결처럼 끝이 없으리..."라는 .......

외롭고 힘들 때,우울할 때,지구상에서 즐거움을 더이상 찾을 수 없다고 느낄 때,...

나를 위로해주고 보듬어주던 애인과도 같은 애지중지하던 것을 떠나야 하는 심정은

애인과의 이별과 다를 바 없으리라는 생각이다.



금주나 금연은 과감히 끊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래서 絶,斷이나 切,折과 같은 한자로 표현이 된다.

도끼나 칼로 이어진 실을 끊는 것이며,  절(切)은 무려 7번이나 칼로 자름을 의미한다.

술담배와의 끈질겼던 인연은 絶,즉 실을 뱀또아리 처럼 엮은 것을 도끼로 찍어 끊는 그런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금주,금연,단도박,..에는 "끊음의 미학,예술"이 필요하다.

이들과 관계를 맺은 것이 본인의사와 무관하더라도 헤어질 때는 보다 유연하면서도 단호하게 멀어져야 한다.

나의 쾌락중추가 이들과의 이별을 감내할 준비를 갖추면 민첩하게 이들을 보내어야 한다.

다시 그 옛날 쾌락에 대해 무지하던 처녀시절로 되돌아가 새롭게 내 중추,receptor를 교육시켜야 한다.

세포구석구석까지 스며든 이들 오염물질이 마지막 바닥이 보일 때까지 내 쾌락organ을 정화시켜야 한다.


삶은 매순간 즐거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식탐과 지나친 성욕추구 역시 늘 만족해야 한다는 본능적특성을 갖고 있다.

식욕과 성욕을 채우지 않아도 견딜 수 있다는 까칠한 마음가짐이 이들로부터 벗어나는 첩경이다.

매일 밤 약간의 허기증으로 잠을 청하면 비만은 멀어진다.

조금만 성적충동이 오면 해결하는 버릇을 버리면 sex가 다가 아니라는 진리를 배우게 된다.

sex 말고도 좋은 게,아름답고,즐거운 게 도처에 있음을 보게 된다.


바보처럼,어눌하게 내 육체를 다스려 보면 내 육체가 매우 괜찮은 몸뚱아리임을 터득하게 된다.

참는 것,포기하는 것,견디어 내는 것...을 내몸은 즐겁게 받아들일 줄도 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것들이 건강하게 사는 큰 비결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절제의 미덕"은 늘 우리를 건강하고 오래동안 잘 살게 해주는 소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