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본질은 "사랑"이라는 말이 있다.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할 때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하였다고 한다. 생명체는 스스로를 돕고 사랑한다. 자기자신의 육체를 사랑하지 않고
미워하거나 업신여기면 인체는 하루를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소위 "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e)"이라는 질병이 있다. 이 병은 자신의 유전자가
스스로를 적으로 간주하여 공격하는데, 류마티스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제 몸을 방어하고
지켜주어야 할 백혈구가 주인의 관절이나 혈관을 공격하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스스로 알아서 주인이 외부로부터 세균의 공격을 받으면 열심히
주인을 위하여 싸운다. 우리 백혈구는 주인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타박상을 입으면 멍이 들고
즉각 주인에게 통증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외부공격을 받았으니 적절히 처리해달라는 연락이다.
이렇게 인체 곳곳에서 주인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소임을 충실히 이행할 때 주인은 건강하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가르친 것도 아닌데 본능적으로 생명의 원래의 기능, 즉 주인사랑을
실행할 뿐인 것이다. 지금 갑자기 몸을 다친다면 처음에는 통증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즉각 엔돌핀이 대량으로 방출되어 주인을 극심한 통증으로부터 보호해 주기 때문이다.
호르몬도 주인을 사랑하는 것엔 똑같다.

1909년 앙드레 지드(Andre Gide)는 "좁은문(La Porte etroite)"을 발표했다.
여자 주인공 알리사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인데, 사촌동생인 제롬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이 책의 주제이다. 아름다운 사랑의 길은 마치 마테복음 7장의 "좁은문"에 들어가는 것 처럼
고통과 희생이 따르지만 그 결과는 참으로 고귀하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알리사의 영혼에 감복하여 순수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랑은 바로 세로토닌(serotonin)적인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느낌을 춘원 이광수의 작품 "사랑(1939년 작)에서도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의사 안빈을 향한 석순옥의 거의 일방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은 글을 읽는 이들로 하여금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사랑의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가슴 속에 잔잔한 감동을 맛 볼 것이다.
청순한 사랑을 하는 사람의 몸에는 우리 인체가 분비할 수 있는 가장 값진 호르몬이 방출된다.

1959년 황순원의 "소나기"가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워낙 유명해서 지금도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다고 한다. 소녀는 죽으면서 "자기가 입던 옷을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했다고....라는
곳을 읽으면 소녀의 소년에 대한 진한 사랑에 그만 눈시울을 적실 것이다. 가슴에 찡한 무엇이
뭉클 거릴 것이다. 죽음을 예감한 듯한 소녀가 소나기처럼 마지막 한번의 짧지만 불꽃같은 사랑을
불태우고 영원히 그 사랑의 흔적을 가슴에 담고 멀리 떠나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해 온다.
이같이 가슴에 찐한 감동을 받으면 우리 인체는 또 한번 인체가 갖고있는 최상의 호르몬을
아낌없이 쏟아낸다. 이것은 암도 격퇴하고 온갖 질병을 눈 녹이듯이 없애준다.

필자는 고교시절에 박계주의 "순애보"(1938년 작)을 여러번 읽은 적이 있다. 다소 통속적인
소설이지만 이 작품 역시 사랑의 한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명작으로 필자는 간주한다.
당시 매일신보에 게재될 때 장안의 인기를 독차지 하였단다.

필자가 잘 아는 친구와 같은 집안인 이문열의 "레테의 연가(1983년)"도 수작으로 꼽는다.
대개 사회성이 강하고 시대정신에 투철한 작가가 거의 유일무이하게 사랑이야기를 쓴 작품인데,
현실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망각의 강(레테)를 건너가는 한 여인의 슬픈 사랑이야기가 아름답고
감동적인 필체로 쓰여져 있어 지금도 필자는 가끔 이 책을 뒤적거려 본다.

최근에는 김화인의 "국화꽃 향기"(2000년)가 온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 작품이 영화화 되었기
때문인데, 그 영화의 주인공이 바로 얼마 전에 위암으로 죽은 J탈렌트였고 그 여자탈렌트의 삶도
이 작품의 주인공과 흡사하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같이 순수한 사랑이야기는 사랑을 나누었던
사람들이 가고나도 줄거리가 생명처럼 살아서 계속 사람들의 마음을 촉촉히 아름답게 적셔주는 것이다.

필자는 가장 한국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말하라면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1921년작)"을 들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죽은 남편 친구(미술교사)를 사랑방에 하숙을 치면서 빚어지는 사랑방손님과
하숙집 여자 사이의 피지 못한 사랑의 이야기를 이 여인의 딸의 눈에 피친 모습대로 작품화한 것인데,
한폭의 그림같이 생생하게 그 모습들이 눈에 와 닿는다.끝내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하지 못하고
서울로 돌아가는 손님을 모녀가 멀리서 남몰래 전송하는 장면은 한국적 사랑의 본질을 접하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되고 아쉬움과 회한은, 이별의 슬픔에서 승화되어
또 다른 감정을 탄생시킨다. 이런 감정은 우리 인체에는 격앙된 감정조절에 필수적인 요소로,
건강에 많은 도움을 주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격렬한 사랑이야기를 들라면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빠트릴 수가 없을 것이다. 열정적이고
외골수 적인 한 여인의 열정적인 사랑을 담은 책인데, 톨스토이가 역작으로 출간한 작품이다.
백작 브론스키를 향한 뜨거운 사랑을 끝내 포기하지 못하고 자살로 마감하는 안나 카레니나(AHHa KapeHuHa)의
불같은 열정은 우리 인간에게는 또다른 긍정적인 요소로 필수적이라고 본다. 삶의 본질적인 모습에
이같은 포기할 줄 모른는 정열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듯이, 사랑의 한 형태로 이같은 지칠줄 모르는
순수한 욕심이 꼭 필요하기도 할 것이다. 건강하려면 쉽게 포기하거나 양보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고집스럽게 추진하는 욕망은 건강의 필수적인 요소 중에 하나 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옛날 사랑을 여러가지로 나눈 것을 본 적이 있다. 아가페니,에로스니,플라토닉이니
하는 것들인데, 그 본질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생명은 본질적으로 사랑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모든 에너지와 연결고리의 핵심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의 섭리와 같은 사랑이라는 동력이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으면
우리는 건강해 질 수가 없다. 그리고 사랑하는 느낌,사랑의 행복, 그리고 이루지 못하는 사랑이
가져오는 슬픔...이런 감정 역시 우리에겐 너무도 절실한 감정들이다.
감정의 양식이요 영양소인 것이다. 우리들의 감정, 정신, 혼이 살아가기 위해서 절대 필요한
이런 사랑의 정신을 우리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간접경험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건강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사랑을 테마로 한 작품과 친숙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런 작품에서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필수영양소를 마음껏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