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마음의 창(窓)"이라고 한다. 마음의 속내를 훔쳐보려면 눈을 유심히 보면
된다는 말이다. 흥분했을 때 "마음을 가다듬고, 가라앉혀라"고 주위에서 충고해준다.
일이 뜻한대로 되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토로한다.
아니면 "마음이 착잡하다"고 한다. 이 마음은 우리 몸에 어디에 있을까?

"마음"은 "심(心)"인데, 영어로는 마인드(mind)라고 한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마인드치료(mind-therapy)"라고 한다. 그런데 우연인지 "심장(heart)"과 마음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마음이 아프면 "heartache"라고 하고 "heartbroken"은
심장이 부셔진 것이 아니라 마음이 비탄에 빠진 것을 의미한다. 내 마음을 다바쳐서
성심성의껏 노력했을 때 "heartedly"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심장에 마음이 있지 않을까...마음은 심장과 동거동락(同居同樂)하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최근에 무려 26년간을 식물인간으로 지낸 Rom Houben 사건이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983년에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는데 우연히 뇌정밀진단 결과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Rom Houben도 그 동안 모든 소리를 다 듣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던 사건이다. 여기서 "意識"(consciousness)의 깊이에 대한 진단상의 오류를
지적하고 있는데, 대개 병원에서는 환자의 행동, 반응상태로 의식상실정도를 판단하는 관례가
있어 이런 철저하지 못한 진단상의 맹점이 무려 26년간을 식물상태로 환자를 방치하게 하였던
것이다. 바로 이 의식의 깊이,상태와 우리 "마음"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의식"은 발달정도에 따라 "id"(본능적충동)에서 "ego"(自我),그리고 "superego"(超自我)로
분류하고, 의식이 수면 위로 자각되는 정도에 따라 "잠재의식", "무의식"등으로 나눈다.
물론 이런 분류는 정신과적인 해석이지만 대체로 의식을 설명할 때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마음, 즉 의식은 태어나면서부터 "성숙"(mature)되어 있지는 않다. 어릴수록 id에 가깝고
점차 ego와 superego로 성숙해 간다. 마음이 영글어간다고나 할까, 마음이 서서히 다듬어지고
보다 완성된 것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이런 마음은 과연 우리 몸에 어디서 만들어지고, 마음은 어떻게 그 생명력을 발휘하며,
또 어떤 경우에 마음이 아프고 상처를 입고 또 그럴 경우 마음은 어떻게 치료하는가....
이것은 바로 정신과의사나 심리치료사의 주된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일반인도 한번쯤은
연구해 볼 가치가 있는 테마이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이 마음은 뇌신경, 특히 신경전달물질의 지배를 받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즉 마음을 조절하는 물질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대표적인 물질로서는 "세로토닌(serotonin)"과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호르몬들이다. 실제로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마음이 무척 고통을 받는다. 의욕이 줄어들고 매사에
관심이 없어지고 도대체 즐거움이 없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에피네프린이 많아지면 마음이
흥분하고 가슴이 뛰고 불안해지고 조급해지기도 한다. 도파민 역시 마음의 속도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즉 마음이 물질의 영향하에 있음을 보여주는 사실들이다.

인간의 마음은 육체처럼 생명활동을 한다. 그 마음이 활발하게 움직이면 얼굴에 생동감이
나타나고 피부는 밝아지고 발걸음 역시 경쾌하다. 마음이 병들면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진다.
얼굴은 어두워지고 허리는 처지고 발걸음에 힘이 없다. 이 마음은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한다.
마음에 필요한 영양분은 무엇일까? 물질적으로는 뇌신경전달물질의 적절한 공급이 필요하지만,
마음은 그것만으로 다 설명할 수는 없다.

마음에는 마음이 찾는 음식들이 따로 있다. "희망, 꿈, 사랑"과 같은 비록 형체는 없지만 물질보다
훨씬 강력한 영양제이다. 우리는 이 마음의 음식을 가까운 "가족이나 친지, 친구"로부터 구한다.
그래서 마음의 건강에는 가족과 친구, 친지, 스승, 이웃등이 매우 중요하다.

마음이 빈약하거나 마음이 병든 사람들에게는 이같은 가족이나 친지로부터의 "마음이 필요로
하는 음식"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가족 속에서 사랑과 긍지감, 자아의식, 희망등을
충분히 받아드리지 못하면 늘 "마음은 사랑의 결핍증"으로 곤경에 처한다. 많은 우울증환자들이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배척당하고 인정받지 못해 무척 외롭고, 자신이 이 지구상에 홀로 내버려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란 사실은, 가족이나 친지들이 늘상 주는 "따뜻한 이해심, 동류의식, 인정"
같은 것으로 이들을 구출할 수 있음으로  우리는 손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주일이면 교회나 성당을 찾아 목사나 신부의 설교나 강론을 듣는다. 설교나 강론 속에
우리들의 지치고 힘들어진 마음을 다독거리고 평화와 희망, 의욕, 신념, 용기를 붓고 심어주는
많은 언어들, 표현들이 있어 이같은 마음의 양식은 마치 연금술처럼 마음의 병을 고쳐준다.
목사의 설교에 뜨거운 눈물로 회개하고 절대자의 존재를 부르짖고 두손을 위로 쳐들 때 마음은
한없이 풍족해지고 여유로와 지는 것이다.

피부에 상처가 나면 소독하고 붕대를 감고 약을 지어준다. 마찬가지로 "마음의 상처"에도 비슷한
처방이 내려진다. 마음을 치료하는 것도 육체의 치료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단 소독약이나 먹는 형체를 가진 약이 없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정신과에서는 수많은 약과
치료기법으로 정신질환을 치료하기도 한다.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비결은 없을까? 쉽게 마음을 다치는 사람들에게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다친 마음을 신속하게 치료하는 길은 무엇인가?....마음은 항상 신선한 음식을 차려주어야 건강하다.
긍정적이고 희망에 찬 마음에는 병이 쉽게 들지 않는다. 마음의 상처를 잘 받는 사람들은 "ego'나
"superego"가 약하거나 아예 없다고 한다. 흔들리지 않는 "自我"를 가져야 마음이 건강할 수 있다.
남의 말에 쉽게 현혹되거나 남들의 눈치나 보고 남들의 비판에 쉽게 자신을 무너뜨리면 "마음"은
늘 아파진다. 나를 굳건히 세우는 일-이것은 마음의 건강에 필수적이다. 내 인생을 살고, 나를 존경하고,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마음이 튼튼하다. 그리고 남들에게 상처를 주지말고 그들을 도와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배려하는 마음, 이것 역시 건강한 마음에 매우 중요하다. 남의 마음에 상처를
잘 주는 사람은 스스로의 마음에도 상처를 주기 쉽다. 마음의 상처는 마치 권투와 같다.
내 주먹이 상대를 치면 상대만 아픈게 아니다. 내 손도 그 만큼 아픈 것이다.

마음의 상처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대개 가까운 가족이나 친지들로부터 어릴적부터
상처를 받은 경우가 많다. 이들을 잘 위로하고 격려하고 도와주자. 그들의 그 상처가 어쩌면
내가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겪는 마음의 고통은 우리들이 조금만 보살펴주면 훨씬
경감해질 수가 있다. 항상 마음의 고통으로 외롭게 힘들게 살아가는 내 이웃에게 더 깊은 사랑과
온정을 쏟는 일- 이것 역시 내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지름길 중에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