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하고 상처를 치료하면 거즈를 대고 반드시 반창고를 붙여야 한다.
반창고는 상처부위와 치료제를 서로 연결시켜주는 가교역할을 해준다.

원래 반창고(絆瘡膏)라는 어휘를 풀어 쓰면 부스럼(창) 위에 기름(고) 묻은
테이프(반) 정도라고보면 되는데 외과에서는 매우 요긴한 진료재료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거의 "반창고매니아"라고 부를만큼 반창고가 필수재료이다.

반창고는 "도와주는 재료"이다.  치료재료가 잘 붙어있도록 접착제로서 기능을 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 이상의 재료이다.
발목이나 손가락이 삐끗하면 반창고처럼 요긴하게 쓰이는 재료가 없다.
이런것을 "strapping"이라고 하는데 마치 임시로 깁스한 것처럼 편해진다.
실제 치료효과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반창고로 고정해주면 다친 부위의 근육이나 인대가 "휴식(relax)"을 취하게
되는 효과를 준다. 즉 회복에 좋은 영향을 주게된다.
그래서 다친 부위가 빠르게 회복하는 것을 도와주고 그 부위를 보호해주게 되는 것이다.

만약 피부에 염증이 있거나 손상이 있으면 피부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통증을 유발하는데 이때 반창고를 살짝 붙여주면 깜쪽같이 통증이 사라진다.
그래서 피부보호에 반창고는 매우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반창고의 특장은 손쉽고 간단히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급하면 거의 모든 근골격계손상에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발목염좌,  손발가락 삠, 근육손상, 늑골의 근육손상, 허리통증...
거의 대부분의 질환에 이 반창고요법을 권한다.
이 치료법은 "환자 스스로" 배워서 집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굳이 병원에 오지 않아도 간단히 자가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이 반창고 요법이다.
좀 과하게 말해서 "만병통치"(?)라고 해도 될만큼 그 용도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내가 만약 무인도에 간다면 갈 때, 가지고 갈 물건을 세가지를 들라면
반드시 반창고 한통을 그 목록에 올릴 것이다.
내가 무척 흥미있게 읽었던 "윌 듀란트(Will Durant)"의 "철학이야기(The story of
philosophy,1926)"란 책 한권과 울적할 때 나의 동반자인 "하모니카"한대와
이 반창고 한통이면 그곳이 무인도라도 나는 거뜬히 이겨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반창고 철학을 갖고 있다.
별로 값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손쉽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이 반창고는
아픈 곳과 그 아픔을 치료해주는 재료사이에 긴요하게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만약 반창고가 이 세상에 아픈 사람을 도와주듯이, 있는 사람과 없는사람 사이에
가교로서 두손을 붙여주고,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의 두 손을 접착시켜 줄 수
있다면 이 세상은 훨씬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반창고는 그러나 기름이 있는 곳,물이 있는 곳,먼지가루가 있는 곳에서는 전혀
작동을 하지 못한다. 어찌보면 1급수 물고기인 금강모치나 버들치,산천어들이
물이 맑고 산소가 많이 녹아있는 깨끗한 물 속을 좋아하듯 이 반창고도 깨끗하고
기름기 없는 생피부를 좋아하고 그곳에서만 제기능을 발휘한다.

그래서 반창고를 붙이기 전에 우선 피부를 알코홀로 깨끗이 닦아주는 정성이 필요하다.
만약 이런 사전작업을 게을리 하면 그 좋은 반창고요법도 헛수고이다.
사전 정지작업을 위한 정성이 없으면 반창고가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무용지물이란 뜻이다.

나는 반창고를 하루에도 수십번 붙이면서 이같은 "반창고 철학"을 스스로 터득해나가고 있다.

우선 정성이 필요하고 피부에 자연스럽게 붙도록 해야하며 서둘거나 하면 뜻한대로 붙여지지 않는다.
외양이 반듯해야 한다. 이 반창고 하나 붙이는 데에도 나름의 마음가짐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의 손가락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반창고의 끈적거림이 나의 손가락피부의 기름성분을 앗아 간 것이다.
"외과의 습진"을 앓게 된 것이다.
아무리 유익한 치료요법도 뭔가 부작용과 그 대가를 요구하는가 보다.
그래서 앞으로는 너무 반창고요법을 남용하거나 해서는 않되겠다는 스스로의 생각이다.

아무튼 오늘도 여럿 환자가 나의 반창고치료법을 받고 갔다.

잘 낫고 쾌차하기를  바란다. 나의 손가락도 빨리 나았으면 더욱더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