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학과 한의학의 가장 큰 차이점 중에 하나가 “소리”,즉 인체에서 나는 “소리‘를 얼마나 중요시하느냐 하는 것이다.
중환자실에 들어 가보면 여기저기서 ”삐 삐“하는 소리가 쉴새없이 들린다.
심박소리,심전도등 생존에 필수징후를 소리로서 수시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의사는 청진기를 필수 진단기기로 친다. 하얀 가운에 걸친 청진기는 의사의 상징이다.
숨소리도 듣고,심장소리,뱃속의 장운동,태아의 심장소리..등 온갖 소리를 이 청진기로 듣는다.
간단한 심장병이나 기관지질환은 청진만해도 쉽게 진단되고,맹장염(충수염)인가 장염인가를 구분할 때도 꾸르륵하는 창자운동소리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목소리는 의사에게는 진단의 첫관문이나 마찬가지다.
쉰 목소리,탁한 소리,갈라진 소리는..성대의 병변을 금방 의심케 한다.
목소리로 건강상태를 짐작하기도 하고 목소리의 강약,성질,등으로 정신과환자의 호전여부를 간접적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이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소리도 중요하지만 조용히 우리 내면의 소리도 경청해야 한다.
내 속의 “내”가 내는 소리를 잘 들어야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다.

사실 인간은 동물처럼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배가 고프면 인체는 식욕중추를 자극하여 신호를 보낸다. 허기지고 장들이 꾸르륵 거린다. 배가 부르면 포식의 만족감을 행복하다는 느낌으로 표시한다.
졸리면 하품이 나고 근육을 다치면 그 부위가 부어오르고 아파진다.
인체는 항상 자신의 상태를 주인에게 알려준다.
건강하려면 속에서 시시각으로 알려주는 신호에 민감해야 한다. 이 신호만 제때 체크해도 건강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몸 속에서 알려주는 “내적신호”,“내면의 소리”를 주인인 나 자신이 제대로 느끼지 못하거나 잘못 인식할 때이다.
수시로 올라오는 신호를 무시하거나 아예 신호로 감지조차 못하면 대개 큰 질병으로 진행되거나 깨달았을 때는 이미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내면의 소리에 또 너무 민감하거나 지나치게 받아들이면 자칫 “신경성질환”에 걸리기 쉽다.
소위 “psychosomatic disease"로 흔히 병원에서”신경성“이라고 할 때 이경우가 많다.
만약 내 심장소리에 몇시간 신경 쓰고 있으면 진짜 심장병에 걸린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쉬기가 답답해 진다.
소화가 안되어 억지로 위장에다 신경을 쓰고 있으면 오히려 소화가 더 느려진다.
“자율신경”에 의한 “자율조절‘에 방해되기 때문이다. 인체는 오히려 신경을 쓰지 않을 때 더 원활히 작동한다.

우리 인체는 건강한 “내면세계”를 갖고 있다.
“스티븐 코비”는 이 내면의 소리에 따르면 잠재능력이 발휘되어 성공한다고 했다.
내면이 갖는 재능과열정,양심등이 내는 “소리”에 귀 담으면 건강은 물론 세상에서도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내면의 소리가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탐욕을 좇고 유혹에 약하고 편안함만을 찾는 어리석은 “내면의 소리”도 있다.
“탐닉”하는 습관은 이런 소리에 귀 기울인 결과이다.
게임중독이나 알코홀중독,도박..이런 나쁜 습관은 불필요한 내면의 욕구에 탐닉한 결과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소리,건강한 소리,정직한 소리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종교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종교지도자들은 그래서 한결같이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탐욕을 버리고 마음 속을 채우지 말라고 한다.
“틱낫한”이 그랬고 “숭산”이 그랬고 최근의 “법정”도 모두 한결같이 마음을 훌훌 털어 비우라고 했다.
아름다운 소리는 텅빈 마음에서 저절로 나오는 것이란다.

소리는 “시”에서도 아름답게 불렸다.
박목월의 “윤사월”에....“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윤사월에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왜딴 집 눈먼 처녀사/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에서 처녀가 들으려는 소리는 기다리는 소리이다.
장 콕토의 “내 귀는 소라껍질/바다소리를/그리워한다”에서 바다소리는 소라껍질에 나는 파도소리란다.
청마 유치환의 “깃발”에서...“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저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과 같은
엄청난 민족의 혼을 깨우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의사는 환자가 자기 몸 속에서 들리는 “내면의 소리”를 경청하라고 타이른다.
이 소리는 항상 “고통”과 “편안함‘이라는 두가지 표현법으로 주인에게 외친다.
아픔과 불편을 알려주면 조용히 들어줘라. 곧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억지로 소리를 누르지 말라.
마음을 비우고 그냥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어라. 그리고 그 소리에 따르라. 그러면 결코 병이 없을 것이다.
단,유혹의 소리,탐욕의 소리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의사는 청진기를 들고 환자가 못 듣는 환자의 소리를 들으려고 환자 몸에 댄다. 대신 들어줄 뿐이다.
자신의 소리는 자신이 가장 잘 들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환자가 가장 명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