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체는 자율적(autonomous)으로 조절된다.
스스로 생존에 필요한 온갖 조절(control)기능을 가진다.
쉽게말해 자치(自治;self-control)을 하는 셈이다.

이 자치는 인체 뿐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system들에게도 적용된다.
국가도 자치를 통해 독립적인 운영을 할 수 있다.
최근의 티베트사태도 자치를 갈망하는 수백만의 티베트인들의 마음을 반영한다.
포탈라궁에서 살았다는 티베트의 정신적지도자 달라이라마의 소망은 “자치”이다.

조선4대왕 세종대왕은 우리 백성들이 자기 생각을 글로 소통하려고 해도 언어표현이
한자와 달라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훈민정음(訓民正音)을 만들어 반포하였다.
말 다르고 글 달라 漢字에 의한 언어의 종속을 벗어나 진정한 言語的 自治를 갈구한
위대한 임금의 백성을 향한 뜨거운 사랑이 28자 한글로 표현 된 것이다.

병원에 환자들이 오면 흔히 스스로 자신의 병을 예진(미리 진단)하고 의사에게 처방만 요구하는 경우를 왕왕 본다.
뒷 머리가 뻐근하면 고혈압, 허리가 아프면 디스크, 팔다리가 저리면 중풍...
이런 식으로 진단을 내리고 더 이상 의사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류의 치료형태 역시 나쁜 의미의 “자치(自治 ;스스로 치료함)”라고 부를 수 있다.

TV이나 SNS등을 통해 의료에 관한 정보는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언제든지 내가 궁금한 질병이나 치료법을 스마트폰을 통해 알아 볼 수 있고
어떤 병원이 좋은지 어느 의사가 잘 치료하는 지도 마음만 먹으면 어렵잖게 알아 낼 수도있다.
매주 방송되는 “비타민”이나 “생로병사의 비밀”등을 빠짐없이 시청하다 보면
어느새 게으른 의사보다 더 많은 의료지식을 습득할 수 도 있다.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환자들보다 더 무식한 의사가 될 수도 있겠다고 기가 죽는 것이 요즘 세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의사들은 10수년간 이상을 전문적으로 의료를 연구한 스페셜리스트이다.
간단한 증상 하나로 섵불리 진단하지는 않는다.
꼼꼼히 따져보고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주의 깊게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전문의과정은 어떻게 보면 오진이나 치료부작용을 피하는 요령을 터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수많은 치료상의 허점을 미리 체득하고 곳곳에 숨어있는 치료 도중에 발생가능한 문제점을 최대한 안전하게 피하여 치유하려한다.

초보자,적게 아는 사람들은 대신 용감하다.
그들은 한가지 치료가 얼마나 많은 함정을 갖고 있는지 배우지도 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 무모한 치료를 감행하다 사고를 치는 것이다.

치료는 매우 섬세하고 정교하다.
의사의 연륜이 쌓일수록 경박하게 환자에게 접근하지 않는다.
사소한 증상도 가볍게 놓치지 않으려하고 한번 내린 결정도 확신이 서지 않으면 즉시 새롭게 진단을 시도한다.
즉 유연하고 치밀해 진다는 것인데 사실 환자의 병세를 청취할 때
전문가의 머리는 매우 민첩하게 움직인다. 짧은 시간에 최대한 정답에 가까워 지려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 인체는 “자치능력”을 갖고 있다.
인체는 하루에도 수많은 세균의 공격을 받아 백혈구가 이들을 쳐부수고 있고,
체내에서는 곳곳에 암세포가 만들어 졌다 파괴되어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혈관은 쉬지 않고 막히거나 뚤리며, 수명이 다한 세포들은 재생센터,즉 비장,콩팥,폐등에서 버려지기도 하고 새것으로 교체되기도 한다.
나의 고유 유전자(DNA)와 브랜드가 다르면 가차없이 없애 버려 “나”란 세상에 둘도 없는 “생명체”를 유지한다.
체온은 피부가 적당한 온도로 유지하고 혈중이온농도는 폐와 콩팥이 부지런히 작동하여 PH 7.4 근처를 유지한다.
혈압,맥박수,호흡수...모두 자율신경의 지배하에 생명에 지장이 없는 범위를 지켜 준다.

그러나 가끔 우리 인체도 “자치”능력이 잘못되어 엉뚱하게 나가기도 한다.
자신의 세포를 적으로 잘못 착각하여 공격하거나 암세포나 세균을 놓치기도 한다.
그것이 류마티스병이나 각종 암,염증이다.
또 지나치게 의식적으로 “自治”하려고 하다 병이 나기도 한다.

      “自治”는 “자연적인 치료”여야 한다.

인위적이고 무리한 의도적 치료는 인체의 “자치”능력을 훼손하여 모든 자율적조절기능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인체는 내장된 장기들이 풀가동하도록 해야 한다.
어떤 부위는 과용하고 또 어떤 부위는 방치하면,
과용한 부위는 피로로 약해지고 방치당한 부위는 점점 퇴화되어 정작 필요할 때 그 부위가 담당해야 할 기능이 부족해서 치명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치”는 인위적이거나 의식적인 방법으로 시도하면 인체 스스로 해결하는 방식보다 결국에는 못할 수 밖에 없다.
인체의 自治는 수십만년, 수백만년 유전학적으로 진화해서 이룩한 최고로 완성된 치료법이기 때문에
내 몸의 주인이라고 해서 함부로 좌지우지 하는 것은 겸손한 태도 역시 아니다.
나의 부모, 또 그 앞세대로부터 무수한 시행착오를 견디어 가장 외부와 효과적으로 적응하도록 생겨난 것이 현재의 내 몸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체는 스스로 치료하는 自治에 의존해야 하고 자연스런 自治여야 하며
예부터 내려온 경험 많고 역사적이기까지한 DNA에 맡겨야 하는,
현재의 내가 아닌 역사속의 “나”의 自治에 더 기댈 때 보다 강력한 “自治”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述而不作”,즉 새로 만듦도 옛것에 따르니 못하다라는 孔子의 말이 그대로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