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이순신장군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명량(鳴梁)”이 천만관중을 스크린 앞으로 모이게 했다.
임진왜란(壬辰倭亂)은 16세기가 끝날 무렵 어수선한 조선을 침략한 豊臣秀吉(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욕에서 시작되었으나
결과는 충무공의 위대한 영광으로 끝났다.
조선반도가 전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국토의 곳곳이 전화(戰禍)의 피해를 입는다.
소중한 문화유산은 말할 것도 없고 산과 강이 폐허가 되고 백성은 도탄에 빠진다.
1950년의 한국전쟁 역시 한반도를 잿더미로 만들었고 천만의 이산가족을 만든 것은 물론 전국이 어디 하나 성한 것 없는 황무지가 되었다.
그러나 임진왜란이 그랬고 6.25전쟁이 그랬듯이
전쟁 후 국토는 엄청난 노력과 고생으로 복구되었고
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군사력을 보강하고 외부의 적에 대해 철저히 감시하는 체제를 만드는 긍정적인 면도 가져다주었다.

감기가 몸에 들어오면 마치 한바탕 전쟁이 내 몸 속에서 일어난다.
혈관 속에 들어 온 균들을 퇴치하고자 온몸의 백혈구는 총동원령이 내려져 필사적인 저항을 한다.
그 결과 열이 나고 두통, 근육통, 전신쇠약감 등이 그 전쟁의 생생한 증거로 내몸이 느낀다.
한번 쳐들어 온 병균은 침입의 원래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최대한 길게 광범위하게 내몸을 유린하려 한다.

처음에는 목젖이나 코 안,편도선 정도에서 동선을 잡지만 충분한 숫자로 군사적인 우위를 확보한 뒤에는
기관지, 폐는 물론 혈관을 타고 가 전신의 말단조직까지 철저히 침투한다
. 액체가 있고 영양분이 있는 곳에는 마지막 한 마리 균까지 생존을 위해 그들 나름대로 발악을 한다.
내 몸도 그만큼 충격을 받는다.
염증과 그 후유증으로 인체 곳곳이 상처를 입고 기능에 장해가 생기기도 하고
심지어는 이 한번의 공격으로 인체 일부 기능이 영구적으로 손상을 입기도 한다.
심한 독감 후 어지럼증이 생기거나 기관지천식이나 만성기관지염, 폐렴, 등으로 두고두고 고생하는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손해만 입는 것은 아니다.
전쟁이 그랬듯이 한번 몸에 들어온 균들에 의해
내 몸의 백혈구기능은 다시 최상의 상태로 연마되고
평소의  지병이 우연히 좋아지기도 하며
독감을 앓으면서 극도로 저하되었던 내분비시스템이 다시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wellbeing sensation을 회복하여 새로운 자신감을 찾는다던지 하는 부차적인 소득도 생긴다.
오히려 잔병을 가끔 앓는 사람이 더 건강할 수도 있는 것은
마치 몸이 수시로 remodeling하는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한평생 감기한번 걸리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들이닥친 일회의 독감으로 털썩 주저앉는 것을 가끔 보는데
그만큼 온몸이 자신감으로 방심하여 충분한 전투태세를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평소 잔매를 맞은 사람이 주먹에 강하듯이 인체도 이따금씩 연마하고 단련해둘 필요가 있다.
한바탕 요란하게 독감 균이 내 몸을 훑고 지난 뒤에 내 몸이 마치 뜨거운 목욕탕 속에 있다가 나온듯한 후련한 기분이 드는 것도
균들의 공격이 100% 손해만 주는 것은 아닌 셈이다.
물론 독감백신이라는 외부세력의 힘을 빌러 균들의 공격에 방어하는 것도 좋겠지만
한번 내 몸을 한바탕의 소용돌이 속으로 맡긴 뒤 재충전할 요량이면 감기를 너무 겁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굳이 사서 감기에 걸릴 것은 없지만
어쩔 수 없이 걸린 감기가 나를 좀 더 강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를 일이므로 지레 겁먹을 것 까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제2의 임진왜란이나 6.25전쟁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거의 악성종양이나 복막염, 패혈증의 수준으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이 건강한 것은 먹이사슬이 온전할 때 그렇듯이
우리 인체도 균과의 먹이사슬 관계에서 항상 우위를 차지하려면
한번 쳐들어 온 균들의 침략에서 많은 것을 우리 인체는 학습하고 교훈을 배워야 한다.
적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싸우는 기술을 그들을 통해 배우는 것이다.
균들은 우리 인체가 보다 건강하도록 다소 고통스럽지만 훈련시켜주는 셈이다.
단, 그것이 지나쳐서는 안되고 너무 빈번하거나 미쳐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재공격 당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순신장군이 위대한 것은 임진왜란으로 피폐해진 조선이 다시 왜놈의 공격을 받아
싸울 전함도 균량미도 수군들도 절대 부족한 최악의 상태에서
국가를 지키겠다는 애국심의 충정으로 온갖 지략과 용기로 무려 10배가 넘는 왜군을 쳐부순것이다.
내몸 속에 이순신장군 같은 지략과 용기를 갖춘 용맹한 방어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이것은 그저 기적이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내몸의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이를테면, 말기암이 생겼거나 온몸이 패혈증에 걸렸거나 하면
혹시 모르겠지만 영웅 충무공 같은 저항시스템이 기적같이 생기기를 기도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기적은 1597년 진도 앞 울돌목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몸도 마지막 진퇴양란의 위기 속에 처한다면
12대 133 아니라 1대 100이라도 내몸은 이겨낼 것이라고 내 주인은 믿어야 한다.

믿는 자는 뭣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