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불국사 대웅전 앞에 1000년이 더 된 두 석탑이 있다.
잘 아는 다보탑(多寶塔)과 석가탑(釋迦塔) 이다.
이 두 탑은 통일신라 경덕왕때 김대성이 어머니를 위해 세웠다고 한다.
이 두 탑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천년이 넘도록 건재한 것은 두탑을 받치는 기단(基壇)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이 기단은 탑의 초석(礎石)과도 같다.
단단한 화강암으로 빚은 두탑이 두 어머니를 위해 지어진 것이라면
그가 바라는 사모곡(思母曲)은 천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의 심금을 울려준다.

어제 우리나라 민주화의 밑거름이 되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고교 22년 선배이신 김전대통령은 군사독재가 극에 달하던 시기 한국 민주주의의 초석을 용기있게 세웠다.
필자 고교시절 한창 40대의 나이로 모교에서 쉰 목소리로 연설을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또렷하다.
그 분의 유언대로 통합과 화합이 이뤄져야 하겠다.

우리나라의 건국의 기원은 단군조선에서 찾을 수 있다.
BC2333년에 아사달(평양)에 나라를 세웠으니 무려 4348년 전이다.
이 단군조선이 한국의 초석인 셈이다.

한 가정의 초석은 가장(家長)에 의해서 세워진다.
초석은 주춧돌이고 머릿돌이다.
초석은 견고하고 질겨야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다.
좋은 초석이 되려면 우선 단단한 땅 위에 세워져야 한다. 그래야 그 돌 위로 높은 건축물이 세워져도 잘 견딜 수 있다.
그러나 단단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편으로는 유연해야 한다.
초석 아래의 지반의 불안정과 돌 위의 건축물에서 오는 진동과 충격에 잘 견디려면 충격흡수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초석이 서 있는 바닥이 아무리 요동을 쳐도 꿋꿋이 서있어야 하고 지상에서 격렬한 바람과 충격이 전해져도 잘 이겨내야 한다.

초석은 건물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모두 건물만 쳐다보지 아래 숨겨져 잘 보이지 않는 초석은 지나친다.
주춧돌이 중요는 하지만 그 만큼 대접 받지는 못하는 셈이다.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주춧돌은 묵묵히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논어 학이(學而)편에 그 유명한 “人不知而溫 不亦君子乎”아 란 구절이 나온다.
초석은 화려한 건물의 외양에만 눈길을 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섭섭해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건강에서의 초석은 뭔가?
우선 부모로부터의 우수한 DNA를 물려 받는 것이다.
좋은 섭생,습관,체격,성격,등 선천적인 우수한 유전자를 받는 것이 건강의 초석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건강한 마음가짐이다.
이를테면 “사랑”의 마음이다. 애인(愛人)-사람들을 사랑하고, 애인(愛仁)-인자함,어짐을 좋아하고, 애타(愛他)심을 가지는 것이 건강한 마음의 초석이 될 것이다.
이런 마음은 바로 건강의 초석이다.

나는 오늘도 의사로서 살고 있다.
그다지 돈도 벌지도 못하고 유명하지도 못하다.
참으로 평범한 무명의 의사다.
남들이 나를 잘 알아주지도, 찾아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꿋꿋하게 우리 가정의 초석으로서 외부로부터의 온갖 풍파를 내 스스로 막고 집안의 화평과 복을 위해 1년 365일을 부단히 노력한다.
아무도 날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슬퍼하거나 외로워하지 않는다.
원래 초석이란 임무만 있지 요구할 수는 없다.
잘못하면 크게 혼이 나는 곳이 초석의 위치다.
훗날 화려한 건물이 내 위에 웅장하게 세워지는 그 날, 나는 저세상에서라도 크게 웃을 것이다.
김대성이 지금으로부터 1200여년 전 두 어머니를 위해 두 탑을 세웠던 그 초석의 마음이
천년이 지난 지금에도 은은히 우리들 마음에 심금을 울려주듯이...
나의 후손들이, 나의 의사후배들이 훗날 조금이나마 나를 기억하고 칭송한다면
나는 소리없이 묵묵히 받침돌로서 내 자리를 지킨 보람을 느낄 것이다.
기약없는 일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