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려면 루틴(routine)에 충실해야 한다.

이 루틴은 습관일 수도 있고 규칙일 수도 있다.
이 루틴들이 모여 사람의 성격을 만들고 건강하게 해주고 이 루틴이 좋아야 또 행복할 수도 보람찰 수도 있다.
루틴이 모여 결국 그 사람의 역사, 일생을 만든다. 그 루틴은 모든 곳에 적용이 된다.

환자를 수술하기 전에 의사와 간호사들은 “루틴체크”(routine check)를 반드시 해야 한다.
예정했던 수술환자 본인이 맞는가, 좌우 종양 중 어느 쪽인가,혈액형은 정확한가, 또 피는 충분히 준비되어있나...
그 어느 것을 소홀히 해도 환자생명을 보장하기 어렵다.

외래에 고혈압 환자나 당뇨병 환자가 오면 약은 제때 복용했나, 식이요법은 잘 지켰나..를 늘 확인한다.

예방백신을 투여하기 전에 달걀 앨러지가 있나 유사접종후 부작용은 없었나, 현재 고열은 없나..를 반드시 체크해야 하고
환자가 오면 매번 환자의 과거력, 약 부작용 경험, 현재 복용 중인 약 등에 대해 빠짐없이 확인한다.
이런 꼼꼼한 사전확인이 진료의 안전과 완성도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의사로서 나 자신도 많은 루틴들을 갖고 있다.

우선 환자에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만을 해주려고 한다.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하나 환자가 내 권유를 피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여기서 진료를 못할 수도 있다.
환자에게 이로움을 주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가끔 환자가 의사에게 불필요한 위압감이나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만약 이같은 상황이 해소되지 않을 것 같으면 더 이상 진료가 진행되기 어려워진다. 왜냐면 그 다음 진료가 또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능하면 마음을 비우고 환자를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한다.
선입관념을 버리고 환자가 지금 무엇을 이야기 하려고 하나 귀담아 듣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똑 같은 진단이 나왔어도 환자가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이 최선이지만 환자가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을 다음으로 미룰 수도 있다. 당장 꼭 필요한 수술이 아니라면...

나는 루틴들이 쳐놓은 그물망 속에 매일을 사는 사람이기도 하다.
아침에는 30분 이상 걷고, 잠은 6시간은 자며, 술과 담배는 멀리하고, 머리는 틈나는 대로 훈련시키고,
새로운 지식에는 늘 관심을 가지며, 육식보다는 채식을 가까이 하고, 친구는 편하고 정직한 사람만 사귀고,
가족에겐 한없이 관대하고 가족의 행복을 위해 내 모든 것을 주려하고, 세상의 일에 관심을 갖고....그 숫자는 셀 수도 없다.

가끔 내 루틴이 제대로 된 것인가 궁금하고 의심이 된다면 주위를 둘러보면 된다.
독서, 여행, 영화...등..남의 루틴, 다른 곳의 루틴, 그 지난날의 루틴, 가상의 루틴...
이런 루틴들을 아웃소싱해보면 내 루틴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가끔 루틴을 수정하는 것이 좋다.
물론 고쳐서 오히려 불편하다면 원래대로 돌아가면 된다.
그러나 새루틴이 내 몸에 녹아드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공을 들이는 것이 유익할 수 만 있다면 우리는 계속 업그레이드 된 루틴으로 재무장하는 것이 좋다.
한가지 루틴을 반복하다보면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환경이 바뀌고 여건이 바뀌면 루틴은 새옷으로 갈아입혀야 한다.
새술은새부대처럼 나의 주어진 조건이 바뀌면 즉시 새 루틴으로 갈아타야 나는 건강하게 살아갈 것이다.

루틴은 뉴턴의 제1법칙, 관성의 법칙처럼 관성(inertia)는 자칫 타성과 안일과 후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나의 루틴이 건강하려면 늘 새 루틴을 향해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
오늘의 내 루틴이 내일은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음을 늘 명심해야
내가 나의 그동안 갈고닦은 루틴 속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내 루틴을 체크하고
늘 최적최상의 루틴으로 재무장하려는 결의가 있어야
나는 건강하고 행복한 루틴들의 향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Thank you for my lovely routi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