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70년 부산 경남고등학교 3학년 5반의 반장을 맡았다.
그때 열심히 반을 운영하여 급우들에게 항상 대우받는 급장이었다.
공부도 늘 1등했고 솔선수범하여 친구들을 도우는 모범반장이었다.
그러나 병에 걸려 그해 9월부터 출석도 못하고 졸업만 하고 말았다.
원래 지원했던 서울공대 전자공학과는 그때 결국 포기하고 훗날 의과대학에 들어가 의사가 되었다.
그런 나에겐 항상 그때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과 회한이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다.
그래서 1995년 그때 급우들을 모아 석다회(三五會)를 만들었다.
학창시절 담임이셨던 손충익선생님도 모시고 매년 수차례 나는 모임을 열었다.
그런 나에겐 말못할 속사정이 있어 왔다.
그간 친구는 물론 그 누구에게도 터놓고 하지 못했던 내 속마음을 이곳을 통해 털어 놓고 싶다.
마치 유언(遺言)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나에게 하는 고백같은 것이다.
혹시 이글을 읽는 친구가 있으면 나는 숨겨왔던 나의 내면을 훌훌 털게 되어 너무나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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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다음"에 만든 "석다회"라는 다음카페에 올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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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이후로 아마 이곳을 찾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왜냐면....지난 5년간 아무도 여기를 찾은 흔적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고... 이곳은 허허벌판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적이 뚝 끊긴 데를 주인인 내가 찾아 왔다.

나는 1970년을 마지막으로 내 인생을 제대로살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나 스스로를 주인으로 느끼면서 산 마지막 기억이 1970년 9월까지이다.

그때 이후 나는 늘 언제 어디서나 삶의 중심에서 비껴나 있었다.

나는 원래 삶의 열정과 충정으로 풍성한 생을 누려왔다.

비록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늘 나는 어디가나 중심에 서 있었다.

내가 늘 그곳에 있어서 나는 너무 즐거웠고 보람이 있었다.

그런 내가 그날 이후로 항상 변두리에서 허우적대는 2류, 3류 인간이나 다를 바 없었다.

우울했고 삶은 비참했고 즐겁거나 행복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다시 나를 찾고 싶은 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한 욕심일 것이다.

그래서 25년여가 지난 1995년 경, 나는 내가 내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던 때를 연출하기로 결심했고...

그래서 나의 뜻이 석다회로 옮겨 갔다.

석다회는 잊었던 나의 과거를 회상만 하는 곳이 아니라 되찾고 싶은 욕심의 장소이기도 하다.

물론 그때의 친구들이 그때 그 모습대로는 아니듯 그 친구들이 나를 그때의 그 모습으로 알아 주리라고 온전히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중심에 서있던 그 모습의 편린이라도 그들의 표정과 말을 통해 되새길 수만 있다면...

나는 더 바랄 것이 없다.

나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욕망하는 소년이었다.

그 의욕으로 가득찬 소년은 이제 늙고 병들어 힘이 빠진 흔한 노인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다시한번 그때 그날의 내 참다운 모습으로 되돌아 가고 싶다.

그건 누구와도 무관한 나 자신의 문제다.

내가 나를 참으로 대견하게 인정할 수 있는 그런 나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나의 욕심이고 희망이고 뜻이다.

아직 10여년은 내 인생이 남아 있을 수만 있다면 나는 그 기간 동안 내가 그토록 그리워 한 나의 중심에선 모습을 꼭 찾고 싶다.

내가 마지막 숨을 거둘 때 나는 스스로...

" 인섭아...그래 너는 정말 잘 살았다....

그래 너라는 육신과 나라는 정신이 이제 헤어질 시간이 왔구나...

너는 정말 열심히 너를 사랑하고 높여주려고 애를 썼다...

그래 내가 너를 인정하고..이제 삶의 무게를 조용히 내려놓고 영혼만이 남을 저 먼곳으로 가보자.

언제나 너의 투철했던 삶의 열정을 영원히 잊지 않으리다....

인섭아 이젠 모든 것을 편안히 내려 놔게나....사랑한다.."

라고 토닥거리며 스스로를 안아주고 보듬으며 저 먼곳으로 떠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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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야 100년의 인생길에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만나 같은 곳에서 공부하고 뛰어 논 친구들...
그래서 서로를 잘 알고 삶의 여정임을 서로를 통해 인지하게 해주는 친구들...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돕고 위해서 애를 썼던 추억들을 아름다운 기억으로 만들어 주는 친구들....
그나마 나를 인정해주는 몇 안되는 사람들...나의 친구들...
그 친구들이 나를 "넌, 반장, 잘 살았어. 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마워...정말 네가 있어서 내 인생이 좋았어.."라는
덕담들을 듣고 싶은 나의 정겨운 친구들...
그 친구들과 1950년대부터 2020년때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을 호흡하고 흔적을 남기며 살아갈 수 있었던 동료인간..친구들...
그 친구들이 잊을 수 없어하는 모습을 내 가슴에 간직하고픈 것이 나의 삶에 중심점으로 각인 될 것으로 기대하는 그런 친구들...
그 친구들을 위해 나는 오늘 최선의 인생을 살아야 겠다고 다짐해보는..그런 고마운 친구들...
그 친구들을 나는 내 삶의 중심점에서 같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