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경우경우 다 쉽게 그 상황을 설명해주는 표현들을 생각할 때가 있다.

이를테면 비가 많이 내리면 외래환자 수가 적어지는데
이걸 “유비무환(비가 있어 환자가 없다)”이라고 의사들은 부른다.
사실은 유비무환(有備無患),즉 사전에 준비를 해두면 후환이 없다는 사자성어를 익살스럽게 부른 것이다.
또 외과의사들은 수술한 환자에게 “결자해지(結者解之)”란 표현을 재미있게 쓴다.
원래 일을 만든 사람이 해결하라는 뜻이다.외과의들은 꿰맨 사람이 실을 푼다는 뜻으로 그렇게 부른다.

의사는 고전인 텍스트와 분야별 대가로부터 의술을 배운다.
의술은 역사와 더불어 발전해 왔다.
새로운 약과 치료방법이 개발되지만 의학의 근간은 텍스트이다.
“온고이지신(溫故知新)”이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말이다. 옛 것을 익혀서 그를 통해 새것을 아는 것이 의학의 본래의 모습이다.

또한 저널이나 세미나를 통해 동료나 선배, 또는 후배의사들의 논문이나 강의를 통해 부족한 의료지식을 보충하고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학설이 유효한지를 판단해보기도 한다.
그래서 동료나 선후배는 “타산지석(他山之石)” ,즉 남의 산에 있는 돌도 나의 옥을 다듬는데 소용이 되고,
가끔 술좌석이나 소문에 들은 수술실패담 같은 것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어 남들의 보잘 것 없는 일들이 나에게는 귀중한 자산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환자들에게는 늘 운동하라, 몸에 해로운 술 담배를 멀리하라, 밤늦게 과식하지 마라, 불확실한 약물을 피해라…등등 교육적인 말들을 많이 해준다.
젊어서 허벅지를 단련해두면 늙어서 장수라는 보답으로 돌아 올 것이며 젊어 건강을 비축해두면 늙어 재산처럼 유익하게 쓸 것이라고…건강은 뿌린대로 거두리라…
과음하고 방탕한 젊을 보내면 결국 나이들어 온갖 질병으로 고생할 것이라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덕담을 한다.
또 자주 의사의 권고대로 하지 않아 잘못된 경우를 예를 들어 자신의 경우가 될수 있음을 말해준다. 즉 “역지사지(易地思之)”요 “자업자득(自業自得)”이 자신들의 일이 될 수 있음을 깨우치도록 노력한다.

또 한편 건강을 잃거나 사업에 어려움이 생겨 힘들어 하는 환자들이 오면 늘 격려와 용기의 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즉 말을 잃으니 준마를 데려 오고 이 준마로 아들이 다치지만 모병에 빠져 자식의 생명을 구한다는 새옹지마처럼
비록 이번의 어려움이 훗날 더 큰 성공이 될 수 있으니 기죽지 말라고 위로하고,
재수삼수로 마음병을 앓는 수험생이 지쳐 오면 “와신상담(臥薪嘗膽)”하여 지금 불편한 숲잠을 자고 쓴 쓸개를 맛보더라도 부차(夫差)나 구천(句踐)처럼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것임을 말해준다.
필자 자신 역시 동기보다 3년이나 늦게 의사가 되었지만 지금은 조금도 그들에 지지 않는다고 경험담을 얘기하며
내 젊을 때 “권토중래(捲土重來)”의 패기로 결코 한두번의 패함으로 낙망하지 않고 자수성가로 남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었음을 본보기로 보여주곤 한다.
이를 테면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요 비록 지금은 이렇게 대학도 못 간 무직자이지만 반드시 대학배지를 달겠다는 “절치부심(切齒腐心)”의 각오이면 반드시 원하는 합격을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 준다.

가끔 환자들이 병원을 외형이나 소문만으로 찾는 경우가 있다.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게 없다고 하듯이 “외화내빈(外華內賓)”의 실속없는 곳은 피해야 함을 알려준다.
또 치료는 정상적인 코스로 가야 제대로 받을 수 있는데
귀가 얇아 자연치료니 광고에 난 “이것 한통이면 암에서 이길 수 있다”라는 선전에 넘어가 소중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 양두구육(羊頭狗肉)”하는 파렴치 한 의료행위에 눈이 멀지 않도록, 즉 양머리를 걸어두고 개고리라고 파는 행위에 현혹되지 말라고 타이른다.
치료는 그에 합당한 경비와 노력,절차가 필요한데 요행수나 한 방으로 완치하려는 조급함을 “연목구어(緣木求魚)”, 즉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려는 어리석음을 멀리해주려 한다.

항상 건강이든 대학입시든 사업이든 “고진감래(苦盡甘來)”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내가 지금 많이 아프다면 우선 프랑스의 장 자크 루소가 했던 유명한 명언 “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라는 아주 평이한 말을 늘 기억해야 한다.
오늘같이 추운 날도 새벽에 학교운동장에 가보면 달리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일요일이면 가까운 청계산이나 아니면 우면산에라도 가보면 남녀노소 등산복을 색깔대로 입고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운동이 즐겁기도 하지만 그저 쉬운 일은 아니다.
좋아하는 담배를 끊는 것 만큼 힘든 일이 어디 있겠나…
애주가는 술을 끊어라면 차리라 마누라를 내어 주겠다고 술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다.
어려운 결정과 노력은 비록 고달프지만 훗날 그 열매는 몇갑절 유익하게 돌아와주는 것이다.

건강은 손자(孫子)의 모공편에서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知彼知己白戰不殆)이고 不知而彼知己면 勝負요 不知彼知己하면 每戰必殆라”한 글에서 연유해보면;
건강과 병이라는 상대방과 나의 현재 모습을 잘 알고 행한다면 백번의 질병과 싸워도 호락호락하게 지지않을 것이며,
비록 상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해도 최소한 나에 대해서라도 알고 있다면 일승일패의 막상막하의 이기고 지는 상태가 될 것이나
상대나 나를 모두 모른다면 항상 위태로워 질 것이란 말을 그대로 인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건강만큼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사자성어를 그대로 붙여봐도 별 틀림이 없는 것이 드물 것이다.
비록 어리거나 청소년 시절에 허약했다고 해도
꾸준한 노력으로 장년과 노년에 달콤한 건강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게 건강의 역사요 건강의 일생이라고 말 할 수 있으리라.
병원진료는 마치 인생을 걷는 것이나 강태공이 위수에서 세월을 낚는 것과도 같이
수많은 사자성어를 그 내용으로 해볼 수 있어 퍽 신기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