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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04-05 (18:14:25)
수정일
2022-04-13 (1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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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이야기...
아침에 잠을 깨어 일어나면 창문 밖에 새소리부터 들려 온다.
일상의 시작은 눈에 들오는 빛과 소리로부터 시작한다.

나는 병원에 환자가 오면 유난히 소리를 잘 들어보려고 노력한다.

입으로 하는 음성은 물론이고 눈과 얼굴표정,손동작..등 환자가 내는 소리는 여러가지다.
환자는 자신의 아픈 곳을 열심히 설명하려하지만 입소리로는 충분하지 못할 때가 많다.
입으로는 어깨가 아프다고 하지만 눈으로는 머리가 아프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도 있고,
또 두통을 호소하지만 몸 전체가 통증이라고 소리를 내는 모습이 역력하기도 한다.

소리는 겉으로 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속으로 내뱉는 소리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환자는 아픈 것을 소리로 다 표현하기가 어렵다.
6하원칙에따라 조목조목 설명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병원에 오기 전에 무슨무슨 말을 할 것이라고 다짐을 해도 막상 의사 앞에서는 딴 소리를 하기도 쉽다.
그래서 나는 환자의 입소리 뿐 만아니라
그 마음의 소리,내면에서 울려퍼지는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어보려고 진력을 다한다.
그래서 환자의 표정이나 눈,몸동작을 내심 잘 관찰하려 한다.
밖으로 내뱉는 소리보다 숨겨져 있는 속소리가 더 의미심장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언어는 항상 제한된 시간과 환경적 제약으로 함축적이고 미완이기 쉽다.

환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많은 환자들이 하고싶은 말들이 무척 많음을 알 수 있다.
환자들은 대개 환자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귀담아 들어주는 의사라고 판단되면
환자는 숨김없이 끝없는 대화의 광장으로 몰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단지 의사는 당장 이 환자에게 가장 요긴한 것만 골라 들을려고 하다보니
앞머리 짜르고 뒷꼬리 줄여서 환자의 말의 양을 축소시키려 애쓴다.
그게 싫으면 환자의 언외(言外)의 소리,마음의 소리,몸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면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의사인 나도 환자에게 함축적인 의미의 대답을 들려주고자 많은 애를 쓴다.

답답한 것은 환자는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환자는 의사의 언외의 소리,의사가 마음으로 하는 소리에는 덜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환자도 의사가 과연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 말의 진정한 의미는 어떤 것인지 좀더 심사숙고하였으면
더이상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이 바쁜 현대시대에,
시간은 너무나도 제한적이고,
환자와 의사의 대화의 공간 역시 매우 빈약하다.
그 짧은 시간 내에 환자의 마음 속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의사들은 최선을 다해 듣고,
환자에게 하고픈 의사의 간절한 내심의 소리에 환자 역시 귀 기울여 준다면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훨씬 돈독해 질 것이고,
결국 환자의 병은 좀더 쉽고 빠르고 완전하게 치유되리라고 나는 믿는다.

내일 또 나는 환자들을 대면할 것이고,
그들의 수 많은 언어들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가슴 깊은 곳에 들어있을 내면의 소리가 무엇인지,
나는 좀더 진지하고 보다 더 노력해서 들어야 할 것이다.
환자의 병을 치료하려면
환자의 소리를 잘 듣는데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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