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한국 의료가 최고"란 칭찬이 있다.
유럽이나 미국,남미,동남아시아,북미..등등 어디를 가봐도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따라올 데가 없다.
세계 최고의 의료수준에다 신속한 진료,값싼 의료비...한국의료 만큼 가성비가 최고인 곳이 드문 것이 사실이다.
1977년 도입된 의료보험 덕택이다.
2024년 건강보험료율이 7.09%이니 보험료가 비싸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보험료도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긴  하지만...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지적할 게 있다.
이런 세계최고의 의료시스템을 갖고 있는 한국이지만 국민들은 의료수준이 최고라고 흡족해할 뿐
어떻게 해서 이런 수준까지 다다른 것인가의 그 공과에 대해서 무심한 경향이 있다.
모든 화려한 것에는 명암이 있고 겉으로 들어나지 않는 노력과 헌신이 숨어있는데 말이다.

일차적으로 이같이 훌륭한 제도를 만든 위정자와
그 제도를 46년간 무사히 유지하는데 혁혁한 공적이 있는 관계공무원의 공로임에는 틀림없으나
사실 그 내부를 훑어보면 참으로 운좋게 오늘에 이르렀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우리나라처럼 조금만 아프면 당장 치료받으려 가려는 나라가 어디 있을까?
환자들의 병원접근성이 매우 좋다.  외국에 비해 1인 연간 병원방문수가 월등히 높다.
병원문턱이 매우 낮아 누구나 손쉽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병원은 항상 환자들로 넘쳐 나고
그 덕에 의료수가가 저렴해도 병원은 운좋게  그런대로 꾸려나갈 수 있었다.
소위 장사로 치면 이 박리다매식 병원경영 방식이
대다수 병원들이 그동안 원가이하의 수가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셈이다.

둘째는 의료수가가 낮아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것으로만 병원수지를 맞추기가 어려워
소위 비급여항목의 진료를 통해 부족한 수입을 보충해왔던게 속일 수 없는 사실이다.
2000년 의약분업시행 전에는 병원에서 약가마진(약 구입시 제약회사 주는 일종의 리베이트)으로 상당부분 적자를 메꾸었으나
그 이후로는 약조제가 사라지면서 일부 의료수가가 증가하여 겨우겨우 버티긴 했으나
사실 그후에는 비급여항목(CT,MRI,병원특실비,영양제,백신..등등)의 진료를 통해 그나마 적자를 간신히 피해나갔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심평원이 실비보험회사의 압력탓인지는 몰라도 비급여부분마저 하향평준화를 유도하는
병원 경영 압박이 현실화 되어 병원들은 더욱더 힘들게 되었다.
사실 개원가에서 소아과가 제일 먼저 비급여페지로 인해 타격을 입은 면이 많고,
그 일례로 소아과의 예방접종의 국가관리시스템은 저출산으로 인한 소아환자 격감으로 인한 병원수입 감소 못지 않게
수입부족분을 보충해주던 백신주사료의 국가환수로 결정적 타격을 입고 페업수준으로 추락하였단다.
대신 아예 비급여만 취급하는 병원들(피부과,성형외과..)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예전의 병원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셋째는 의료보험 초기만 해도 전국민보험제도를 시행하기 전이어서
일반환자들과 자동차보험 환자들의 진료가 병원적자를 보충하였으나
전국민의료보험이 되고 자보도 건강보험화 되면서
병원의 적자를 채울 방도가 없어졌다.
결국 2024년 현재 환자수와  비급여수입원의 지속적인 감소로
건강보험 진료에만 전적으로 의지해온 필수과목(외과,흉부외과,소아과,산부인과..등등)은 도산의 지경에 다다르고 말았다.

대학병원에 가보면 필수외과의 경우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다 보니 집도의들이 계속 노쇠화하고 있고
설상 수술해도 관리해 줄 수련의 부족으로 외과병동은 의사구경하기가 힘들고,
수술수기도 점점더 전문화되어 후배양성이 더욱 어려워 지고
외과를 수련하고 사회에 나와도 반듯한 직장 구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업한다 해도 적자에 허덕이다보니 지원률이 계속 낮다.

겉으로 보기에 자칭타칭 세계최고라는 한국의료도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고질적인 필수과목인원 부족현상이 날이갈수록 심화되고
의사들의 진료과목간의 선호도가 점점 심해져
의료수급의 불균형이 필수진료의 공백을 한계상황까지 몰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의료의 실상이다.
이제 의대생확충과 같은 정치적(?)인 정책이 아니라 의료현실에 입각해서 침몰하는 한국의료호를 구출하는
절대절명의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하고 복지부보다는 대통령실에서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우리 의료가 세계 최고수준이 된것은
알게모르게 뒤에서 묵묵히 참고 헌신해준 의료인들이 있었음을 국민들은 모른체해서는 안될것이다.
정부가 의사와 진지한 의논도 없이 언론을 앞세워 무리한 의료정책을 밀고가려는 지금까지의 안일하고 타성에 젖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한국의 의료에 미래는 없다고 필자는 단언한다.
공치사와 생색은 누구의 몫이고 고생과 희생은 또 누구의 몫이란 말인가!

1977년 박정부가 야심차게 시작한 이 한국의료제도,
이제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서서히 서산으로 기울고 있는 겉만 화려하고 속은 썩을대로 썩은 한국의료,
냉정히 현실태를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우리 의사들과 상의하여
하루속히 건강하고 비젼있는 의료제도로 탈바꿈시키는 2024년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건강보험재정을 마치 시혜 배풀듯 이곳저곳 퍼주지 말고
꼭 필요하고 중요한 곳을 우선 도와주고 키워 강건한 한국의료가 재탄생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