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명의(名醫)란 말이 있다.

진료실에 있으면 환자분들께서 가끔 "이분야에서 유명하신 분을
소개해주실 수 없느냐?"라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자기가 앓는 질병에 대한 명의를 좀 안내해달라는 부탁이다.
사실 명의는 있다. 외과분야를 봐도 위암수술의 대가로 김아무개 박사,
간이식에는 이아무개박사..등이 공공연히 알려진 명의이고, 내과의
심장병에는 이박사,류마티스에는 김박사..등등 그 예를 들자면 한이 없다.

고전적으로 중국에서는 편작(扁鵲) (진월인(秦越人)을 말하는 경우가 많음)과
화타(華陀)를 명의라고 부르는데, 편작은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다고 해서
명의의 대명사로 불리고 그의 3형제에 관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즉 제 1의 명의는 질병을 예방하는 의사이고 제 2의 명의는 질병을 조기발견하여
치료하는 의사이고, 마지막으로 제3의 명의는 병이 완연할 때 치료하는 의사라고 했다.
화타는 서양보다 무려 1600년전에 마취약으로 수술을 한 최초의 외과의사로도
유명하고 조조와의 일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의학에서는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쓴 허준(許浚)을 명의로 부르고 있는데
허준의 일대기는 드라마,허준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명의라면 조선시대의 어의(禦醫)나 현대사의 대통령주치의도 빠질 수 없다.
이대통령의 주치의인 최윤식교수는 부정맥전문의(나도 이분을 주치의?로 자주
찾았지만)로 유명하고,그 이전의 김영삼대통령때는 고창순(나의 고교선배이고
아들은 강남구의사회 때 후배임원이었고 역시 내과의사임)교수는 내과의였는데
김대통령이 오히려 주치의 건강을 걱정했다는 일화로 유명하고, 전두환대통령때에는
아웅산테러로 작고한 민병석교수 역시 회자되던 분이였다.
박정희대통령때에는 10.26사건으로 담당의사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 때 현장에 있었던 의사분과는 오랫동안 대학병원에서 지척에서 보기도 했다.
최근의 MB에 대해서는 모발에 관해 나의 후배가 직접 시술하여 그 내용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의사들은 명의의 조건으로 몇가지를 전제한다. 우선 그 분야에 탁월한 진료능력을
인정 받아야 하고 학문적으로 검증되어야 하며 인품이 갖춰져야 한다는 등이다.
노무현대통령때에는 허리병으로 우리들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당시에
레이저로 하는 미세침습수술이 학문적으로 인정 받고 있지 못해 훗날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의사들이 많았다.

나는 명의의 조건으로 우선 그 환자에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과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거나 비용이 들지 않도록 충분히
배려하는 노력을 하는 분을 명의로 간주한다.사실 재주많은 의사들이 인품까지
훌륭한 경우는 많다고 할 수 없다. 내 주위를 보면 수술로는 최고인데 언행과 성품은
B급인 분들이 더러 있음을 알고 있다.실력과 인품은 별개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가장 훌륭한 의사는 능력과 인품, 그리고 희생정신이 다 갖춰진 의사라고
생각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 나는 슈바이쳐박사를 예로 들고 싶다.
그 분은 30이 넘어서 의과대학에 들어가 학문적으로도 그 당시에 최고였고
아프리카에서 풍토병으로 죽어가는 많은 흑인들을 위하여 명예와 행복을 포기하였다.
그의  "람바레네 통신"이라던지, "문화철학"과 같은 책을 통해서 보면 그는 의사라기
보다는 오히려 종교인 또는 철학자의 풍모를 보인다.

의술을 인류의 행복을 위해 쓰는 의사가 가장 훌륭한 의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환자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어떻게 하면 가장 적절한 치료를 해 줄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고 그 대책을 제때 환자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의사를 우리 주위에서
구하는 것이 명의를 찾는 지름길 일 것이다. 물론 어려운 질병, 난치병에 고매한 명의는
따로 있다. 그러나 일상의 환자들에게 실제 필요한 생활 속의 명의는 이웃사촌 같으면서도
자상하게 상담에 응하고 친절하게 치료해주는 그런 의사가 명의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항상 진리는 가까이에 있다. 너무 멀리서 완벽한 황금의 땅, 엘도라도를 찾는 것은
자칫 허황된 신기루같은 일이 되기 십상임을 명심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