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속은 참으로 복잡하다.
우선 코를 받치는 뼈만 하더라도 전두골에서 악골까지 든든히 지탱하고 있고
우리가 흔히 코라고 말하는 튀어 나온 부분은 사실 대부분 연골인데 인체에서
이처럼 단단하면서 탄력이 용수철같은 조직도 드물다.
그러나 코의 정말 중요한 기능은 찬 외부공기를 순간적으로 폐에 적합한 온도와
습도의 공기로 조절하는, 즉 에어컨디셔너의 기능이다.
지구상의 그 어떤 에어컨도 인체의 코를 따라갈 수 없단다.
단 0.5초만에 완벽한 상태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코의 이같은 기능은 콧속 점막이 항상 적절한 점액을 분비하고
미로같은 콧속 꼬불꼬불한 터널 속을 공기가 지나면서 순간온수기
같이 공기를 데워주기 때문에 가능하다.열선은 엄청 발달한 혈관들이
담당하고 먼지와 이물질은 촘촘히 나있는 콧털이 섬세하게 걸려준다.
그리고 한시도 쉬지 않고 목쪽을 향해서 부단히 물결치는 섬모의 기능
역시 중요하다. 콧속은 정확히 PH7 전후의 이온농도를 유지해야
정상기능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외래에서 코가 막혀 고생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인체의 중요한 에어컨이 고장 났으니 그 고통과 후유증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입안은 건조하고 두통과 심지어는 어지러움증에
정신집중력저하로 심히 불쾌하기 짝이 없다.
대개는 콧속 점막이 부어서 막히나 오래 방치하면 콧속
갑개(3개가 있음, 아가미와 비슷)가 붓고 혹처럼 콧속을 막아서
결국 제거해야만 막힌 속을 뚫을 수 있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감기로 인해 코가 막히는 경우는 보통 항히스타민제로 충혈을
제거하므로서 용이하게 코막힘현상을 없앨 수 있으나
비염(특히 알레르기성 비염)의 경우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이때는 콧속에 스프레이로 뿌려주는 게 효과적일 때가 많다.
비염은 단지 코만의 문제이므로 굳이 온몸에 작용하는 약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항히스타민제는 졸립고 입안을 건조하게 해준다).

코는 인간이 하늘을 보고 누우면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다.
왜냐면 호흡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만약 코보다 배가 더 높은 사람은
오래살기 어려울 수가 있다. 호흡보다 더 먹는데 치중하여 복부비만에
걸렸을 가능이 높기 때문이다. 코는 또 인간의 먹고 마시는 즐거움에
중요한 냄새맡는 역할도 같이 해준다. 콧속의 신경들은 무척 복잡하다.
감각신경 뿐 만 아니라 냄새기능까지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코는 발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음(콧소리)은 발성에서
없어서는 않되는 귀중한 부분이다.

외래에서 코피로 급히 찾는 환자가 가끔있다. 대개는 일시적인 출혈이지만,
가끔 잘 멈추지 않아 힘든 경우가 있는데, 특히 고혈압이 있으면 코피가
잘 멈추지 않는다. 이때는 큰 병원에 가서 철저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자주 코피를 흘리는 경우 콧속을 보면 헐어있거나 일정 부위에서
재발하여 피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출혈부위를 치료하면 된다.

최근에 예쁜 코를 가지려는 여성들이 성형외과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이전에는 실리콘 같은 것을 콧등 속에 삽입하였지만 지금은 연골이식을
하거나 간단하게 특수액체(필러,등)를 주입하여 손쉽게 코를 세운다.
사실 코가 높은 것은 추운 북쪽지방의 찬공기에 적응하기 위한
인체의 진화작용일 뿐인데 언제부터인가 "높은 코 = 예쁜 코"라는
등식이 만들어져 의사인 나로서는 무척 유감이다.
왜냐면 지구온난화로 덜 추워진 상황에서 코가 굳이 높아져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의 뾰족한 부위에 색깔이나 모양에 이상이 오면
함부로 손대서는 안되는데, 흉터가 나기 쉽기 때문이다.
외래에서는 코뼈를 다쳐서 오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다쳐서
빨리 올수록 교정하기가 용이하다. 너무 늦게 오면 교정수술이
어려워지고 비용도 훨씬 많아진다. 코뼈의 손상은 약간의 어긋남도
나중에 얼굴인상에 묘한 마이너스가 되기 쉽다.

신이 만든 지상최고의 순간 에어컨, 코는 우리 인체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 중 하나이다. 잘 유지 보수해 줘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