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7명의 학생이 선생인 필자를 찾아 와서는) 방학동안, 선배(3년 선배)님께
수학 좀 배울려고 왔습니다. 수학 좀 가르쳐 주세요
(**거의 40여년 전의 일이다. 필자는 당시 K고교 이과에서 수학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이 소식을 알고있는 후배들이 필자의 집으로 찾아 와 수학교습을 부탁한 것이다)

선생(필자): 지금은 건강도 좋지 못하고 옛날 만큼 수학을 잘 알지도 못하는데...
일단 그러면 방학동안 수학2의 xx을 공부해 보자. 사실 나는 수학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어학원을 3개월 정도 다니면서 日語를 독학으로 공부했고, 일본 數硏出版의
"차트식 수학"을 통해 수학의 기본적인 공부방법을 배웠다. 이 책에서는 모든 문제에는
문제를 푸는 가장 중요한 요점 또는 엣센스를 CHART라는 붉은 글로 미리 보여주고
그 CHART에 따라 문제해결에 접근하도록 하는 식이다. 문제가 제시되면 이 문제는
무슨 CHART로 풀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학생: 구체적으로 삼각함수에서는 어떻게 공부하면 됩니까?

선생: 기본적으로, 일반각과 삼각함수와의 관계를 숙지하고, 각 삼각함수의 정의(定義)을
그림으로 철저히 익힌다. 그리고 삼각함수 상호관의 관계 역시 그림으로 완벽하게 익히고,
호도법(孤度法), 삼각함수의 graph,삼각함수의 加法(덧셈)定理 등등에 대해 기본적인
내용을 100% 내것으로 만든 다음 培角公式,半角公式등을 차례로 익혀 나가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정리나 공식은 많은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된다. 어떤 문제도 기본공식이나
정리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학생: 아무리 익혀도 금방 까먹고, 돌아서면 기억이 잘 나지를 않습니다.

선생: 반복해서 기본적인 공식과 정리, 원리를 완전히 익히기 전에는 그 다음으로
욕심내어 진행해서는 않됩니다. 마치 소화장애가 일어나거든...저번에 배운 것이
잘 기억이 나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복습하는 것이 중요해요.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고
해도 기초만 튼튼하면 충분히 풀 수 있어. 이게 수학만이 갖고 있는 묘미지.
그래서 수학은 머리가 나빠도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다는 말이 맞아요. 암기과목은 사실
머리가 나쁘면 외우기 힘들기 때문에 두뇌수준에 비례하여 성적이 나오지만 의외로
수학은 기초싸움이지. 기초만 든든하면 결국 이기거든. 우리 두뇌는 습관의 산물이지요.
반복적인 훈련으로 얼마든지 우수한 두뇌로 변화시킬 수 있어요.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이란 말 처럼, 성적이 좋은 사람들 중에는 IQ가
낮은 사람들도 많아요. IQ 높다고 다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거든. 운동도 그렇고 예술도
이와 비슷하지. 재능은 별로 없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탁월하게 될 수 있는 것이 공부이고
특히 수학이 그렇다는 것이지.

학생: 무조건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선생: 물론. 마치 피라미드를 만드는 식으로 기초는 튼튼히 하고 많은 시간을 들여야하고
위로 올라 갈수록 오히려 적은 시간과 노력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지.
만약에 수학을 잘 못한다면 쉬운 책으로(고등학생은 중학교 수학책으로) 다시 기초부터
새로 하는 게 오히려 더 빠를 수 있지요. 복잡한 문제도 결국 간단한 원리 몇개를 조합한 것일 뿐이지.
몇개의 원리만 철저히 외워두면 모두 응용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수학만큼 쉬운 과목이 없지.
대부분 이런 사실을 모를 뿐이야. 그리고 재미있게 공부해야 되지. 난 머리가 피곤하면
수학문제를 풀었어. 하나하나 풀다 보면 자연적으로 머리 속이 깨끗이 정리되고 마치 잠을
푹 자고 난 것 처럼 머리 속이 개운함을 느낄 수 있었지. 수학은 피로회복제야 (학생들, 모두 웃는다)

학생: 그래도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머리 속에 어떤 영감이나 비상한 재능이 있어야 풀지 않겠어요?

선생: 그게 착각이란 거지. 어렵게 보일 뿐, 실상 어려운 문제란 없다고 봐요.
이 문제의 의도는 무얼까? 무엇을 알려고 하는 걸까? 어떤 원리를 적용할 까? 하나의 원리,
아니면 2 또는 3의 원리를 응용하면 되는 건가? 이렇게 문제제공자의 마음 속을 헤아리면서
자칫 놓치기 쉬운 원리를 흙속에서 진주 찾듯 개척하는 자세에서 그 문제를 음미하는 거지.
마치 추리소설을 푸는 것과도 같고 얽히고 섥힌 실타래를 푸는 것과도 같아. 실마리는 언제나
평범한 곳에 있거든. 문제출제자도 우리 같은 인간이거든, 결국 교과서에 있는 수많은 공식에서
실마리가 있거든. 발명하는 것과는 다르지.

학생: 알듯 모를듯 합니다. 하루에 몇시간 정도 공부하면 됩니까?

선생: 피곤하지 않으면 10시간도 좋지. 수학만큼 뇌운동에 좋은 것도 없어요. 모든 과학의 기초요,
학문의 기본이 수학이거든. 수학을 통해 인생을 배울 수도 있고 삶자체를 느낄 수도 있지.
학문의 왕이랄까... 수학을 하다보면 희열도 느끼고 이 세상원리를 어렴풋이 나마 감지할 수도
있을거야. 수학은 철학과 같이 오묘한 학문이지....

학생: (하품을 하며) 선생님, 오늘 잘 배웠습니다.


**참고로, 이들 7명은 훗날 전원 서울대에 합격했다. 그리고 지금도 필자의 후배요
제자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중에는 국회의원도 있고, 대기업임원도 있고,
국영은행의 간부, 의약사등 모두 사회지도층으로 활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