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종목으로는 축구가 으뜸이고
그 다음으로 야구라고 한다. 야구는 어떤 면으로는 축구보다 아기자기 하고
투수와 타자, 그리고 감독에 따라 그날 그날 변수가 많아 시합에 임한 두 팀 중
어느팀이 이기리라고 예측하기가 쉽지가 않은 구기종목이다.
그리고 아차하는 한번의 실수, 이를테면 투수의 실투하나, 수비선수의 한번의 에러로
그날 승부가 결정될 수도 있는 경기이다. 그러나 통계수치가 가장 잘 들어맞는
운동경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타자에게는 타율, 홈런수, 어떤 투수에게 강한지 여부,등등이
수치로 표시되고,투수에게는 승률과 방어율,등이 늘 성적표처럼 따라 다닌다.
 
오늘은 야구선수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80년대 초, 그 당시에는 해태, 삼성, 롯데, OB, MBC, 삼미등의 팀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우리는 해태의 기록적인 연승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해태는 1983년부터 시작하여 코리안시리즈에서 무려 9번의 우승을 했는데,
86년부터는 4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거머쥐었다. 이런 해태의 기록적인 우승에는
팀의 응집력과 연고지 팬들의 헌신적인 응원, 그리고 선동열 (그의 통산방어율 1.20은
아직 깬 선수가 없다), 이종범 (94년 한해 시즌 최다안타 196개와 최다도루 84회 기록을
보유한 바람의 사나이), 김봉연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 출신), 김성한 (오리궁둥이,
현재 기아소속), 김일권과 같은 불세출의 선수들과 그리고 오늘 말하려는 K감독을
빼 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야구사상 유명한 감독을 들라면 백인천감독 (그는 타자로서 4할 1푼2리 라는
아직 그 누구도 깰 수 없는 4할대 타율을 친 유일한 선수였다. 지금 MLB에서 수위타자인
일본의 이치로도 3할 8푼대를 넘지 못한다)이 있고, 김영덕감독, 김동엽(빨간장갑의
마술사)감독, 서영무(경북고)감독등과 최근의 김성근, 김인식, 김경문, 김재박(한국 최고의
내야수)감독들을 거명할 수 있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이 K감독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감독생활은 참으로 힘든다고 한다. 시합이 이기는 날은 팬들이 감독이야기를 잘 하지
않지만 지는 날은 어김없이 패배의 원인을 일단 감독에게 묻는다고 한다. 보통 야구시합은
2~3시간은 기본이고 연장전이 있으면 4~5시간도 걸린다. 이 긴 시간을 대부분 앉아 있거나
서 있기 때문에 하지와 항문 쪽에 피가 쏠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치질과 같은 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직업이 바로 이 야구감독직이다.
 
K감독을 왜 아직 기억하느냐 하면, 그분의 거구의 몸과 사모님의 상대적으로 아담한 체격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통상 항문질환수술은 당시나 지금, 척추마취를  한다.
그런데 이 마취를 하면 하반신이 마비되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는 꿈쩍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수술팀이 직접 환자를 수술후에 회복실로, 병실로 옮겨주어야 하는데,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체구가 큰 경우에는 환자이동이 장난이 아니게 힘들다. K감독은 키도 커서 침대에
눕히니 발이 침대 끝에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사실 수술도 쉽지 않았으나 수술후 소변을
못 보면 튜브로 배뇨도 해주어야 하고 하루정도는 수시로 병실로 가서 돌봐 주어야 한다.
그런데 K감독 사모님은 보통분들보다 더 아담한 체격이어서 처음에는 두 분의 부부로서의
그림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 좀 당황했다. 나중에는 친절하고 자상하여 좋은 분으로
기억되긴 하였으나 첫 대면때에는 적잖이 놀란 것이 사실이었다.
 
다행히 수술경과가 좋아 제때 퇴원하였고 그 이후 해태는 더욱 성적이 좋아져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였다. 입원 당시 K감독은 별 말씀이 없었고 서글서글한
호걸 타입의 인물로 기억된다. 항상 말을 입안에서 우물적주물적 굴리는듯하게
알듯모를듯 특이하게 이야기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한국야구는 지난 월드베이스볼에서 아깝게 준우승하면서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클리브랜드의 추신수가 있고
필라델피아에서는 박찬호가 아직 건재하다. 그런데 최근 국내경기를 보면 많은 선수들이
다치고 더물지만 중상을 입기도 하여 야구가 재미만 있는 경기는 아니란 것도 깨닫게 된다.
필자는 아직도 타격의 달인 장효조, 한시즌 최다승의 장명부 (삼미의 너구리투수,
시즌 30승을 챙겼다), 원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 박철순 OB투수 (이분과도 인연이 있다),
84년 최다삼진의 무쇠팔의 소유자 최동원 (고교 5년 후배), 한국최고의 홈런왕 이승엽,
롯데의 악바리 박정태 (99년 31경기 연속안타의 외다리 비슷한 묘한 타격폼을 가진 추신수의 삼촌),
그 외 양준혁의 엄청난 타점(2202)과 타수, 장종훈의 340개 홈런기록, 도루왕 전준호(548개),
최다승 송진우(209개), 최고 릴리프, 구대성(200세이브),...등등 예를들면 끝도 없는
선수들의 면모가 머리에 계속 떠 오른다.

고교시절에는 지금 MBC의 야구해설가 허구연선배와도 같이 공부했는데, 그 형의 구수한
입담은 학창시절부터 교내에 전설처럼 소문나 있었다. 국가대표로 4번타자였는데 불의의
사고로 선수생활을 접고 해설가로 뛰는 허선배의 유명한 월드베이스볼게임 중계, "댔어요" 로
오늘 이야기도 여기서 "고마 댔어요"로 끝내고자 한다. 한국 야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