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운동으로서 가장 좋은 것을 들라면 당연 등산을
그 중 최고로 친다.산에 오르면 좋은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정신건강에 등산만큼 좋은 게 드물다. 단,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고 손쉽게 오를 수 있는 내몸에 적당한 산을 골라야 한다.
만약 다리가 시원찮거나 심장이 안 좋으면 가까운 동산을 택하는 것이
좋다. 북한산이나 관악산과 같이 험준한 산은 권하고 싶지 않다.
청계산이면 과분하고, 초보자이면 대모산 (강남 개포동)이나
구룡산(양재동),우면산(서초동) 수준이면 충분할 것이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듯이 초보자는 300m 이하의 낮은 산을
가볍게 1~2시간 산보하는 기분으로 갔다 오는 것이 적합하다.

그러나 준비는 철저히 하는 것이 안전하다. 신발은 잘 맞는
등산화를 반드시 착용하고,모자를 쓰고, 마실 물과 수건을
준비해야 한다. 옷은 바람이 잘 통하는 가벼운 복장이 좋다.
산은 공기가 맑고 새소리, 물소리, 나무사이에 나는 나무소리,
봄철에는 꽃잎 떨어지는 소리,가을에는 낙엽떨어지는 소리와
그 낙엽을 밟는 소리....좋은 소리들이 많다.
여름이면 계곡의 물소리도 듣기 좋다.

또 산에는 건강에 좋은 향기가 가득하다.
피톤치드 (파이톤사이드,phytoncide)나 테르펜(terpene)은
식물의 채취지만 우리에겐 건강에 아주 도움되는 방향제이다.
소나무에서 나는 송진냄새 역시 이런 향기의 일종인데, 우리의
폐와 뇌, 면역시스템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오전 일찍 산에
가보면 산의 공기는 참으로 달콤하다. 산속의 나무가 막 깨어나서
열심히 호흡을 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에는 우리 민족이 살아 온 역사의 향기도 가득한 곳이다.
곳곳에 유명한 사찰들이 있고 바위 하나하나 계곡 하나하나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수천년 전에 지었다는 고색창연(古色愴然)한
절들을 잠시 들러 그 곳에서 수천년 전부터 흘러나왔다는 약수를 마시고
수천년 되었다는 석탑이라도 한번 볼 수 있다면 그날은 마치 엄마 자궁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우리 인간의 태생기 시절의 향수를 맛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도봉산을 간다고 하자. 도봉산역에서 하차하여 공원을 지나
조금 오르면 그곳에 시인(김수영)과 문학가(이병주)의 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계속 오르면 작은 절을 지나 조그만 중간 휴식터가
나올 것이고 멀리 바위들이 보일 것이다. 5 개의 바위로 오봉(五峰)이
보이고, 그 중 선인봉에는 암벽코스를 타는 젊은이들이 한참 암벽을
기어오르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정상에 가면 멀리 북한산의 백운대와
인수봉이 햇빛에 환하게 비쳐 보일 것이다. 이제 내려가다 보면
도봉동계곡이 밑으로 보이고 물 흐르는 소리와 물 속에서 장난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을 것이며, 만약 친구들과 같이 갔다면 산아래
파전집에서 막걸리를 한잔 들이킬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에 사주팔자나 운세가 궁금하면 돗자리 편 아저씨를 만나보면
될 것이고 생수가 필요하면 내려오다 약수터에서 약수 한병 받아오면
될 것이다. 이게 2시간 등산코스이다.

등산을 할 때 건강하지 않으신 분은 맥박수를 수시로 체크해 보아
현재 내 몸이 진행 중인 등산에 어느정도 선까지 버틸 수 있는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안전하다.맥박수가 120 회/분을 가능하면
넘지 않도록 하고, 무릎이 아파오거나 몸이 피곤함을 느끼면 느낀
그 지점에서 휴식을 취하고 하산하는 것이 좋다.
오늘만 날이 아니지 않는가!  산은 늘 그 곳에 있으니까...산에서는
객기를 부리거나 쓸데없는 욕심을 내서는 위험하다.
여유있게 내 몸의 75% 선에서 등행을 조절하는 요령이 필수적이다.

산에서는 가급적 술은 피하는 게 좋고 산에 와서 피우는 담배는
그야말로 독초라고 말하고 싶다. 너무 달거나 향기짙은 과일 또는
향수는 금물이다. 불필요하게 산의 말벌이라도 부르게 되면 자칫
생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벌에 물리면 첫 30 분이 중요하다.
최대한 빨리 카드같은 것으로 제거하고 냉찜질하는 것이 좋고,
급성알레르기현상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

산에서 하는 목욕은 그야말로 숲 속의 목욕,산림욕이고 삼림욕이다.
이 목욕만큼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것도 많지 않을 것이다.
마음이 맞는 친구 한두명과 함께 한달에 1번 정도는 가까운 산에
등산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규칙적이고 즐겁게 등산하는 것은
노년의 건강과 장수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