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인간의 예술적인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해 준다.
특히 악기들은 비록 우리 목소리와는 다르지만 우리의 마음을 평안하고
아늑하게 해주는 멋진 음율을 선사해준다. 악기를 들라면 단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먼저 생각하겠지만, 오늘은 하모니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필자는 하모니카를 무척 사랑한다. 그리고 곧잘 부르는 편이다.
좀 오래되었지만 15년도 더 된 톰보밴드, 트레몰로 하모니카 하나를 갖고 있다.
24개의 구멍에서 나오는 소리는 약간 금속성으로 떨리고 몇개는 떨어져 나가
소리가 새기도 하지만 아직 부를 만 하다.

하모니카는 사실 아마츄어리즘에 충실해야 하는 악기이다. 요즘 보면
하모니카 앙상블도 열리고 여러명이 몇 종류의 하모니카를 들고 와서
명곡도 부르는 모양인데 어디까지나 혼자서 심심할 때 부르는 약간 부족한
음의 악기로 보면 대과가 없겠다. 하모니카는 반음(#이나b)을 내기 무척 어렵다.
못낸다 보면 정확하다. 그래서 부르는 곡도 동요나 평이한 유행가, 좀 욕심내면
가곡 정도면 최상이라고 본다. 대부분의 동요는 하모니카가 소화해 낸다.
유행가도 옛날 곡이 좋다. 이를테면 오기택의 "고향무정", "구름도 울고 넘는
울고 넘는 저 산 아래/그 옛날 내가 살던 고향이 있었건만/지금은 어느 누가
살고 있는지..." 전혀 부르기에 어려운 부분이 없다. 그리고 "성가" 중에서도
부를 곡들이 있다. "주여 임하소서 내 마음에/암흑에 헤매는 한마리 양을/
태양과 같으신 사랑의 빛으로..."이 곡을 부르면 마음이 아늑해짐을 느낀다.

보통 하모니카는 트레몰로(TREMOLO)를 쓴다. 두줄로 되어있고 반음처리
외는 부르기도 쉽다. 지금 비숍의 "즐거운 우리집"이나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불러보자. 중요한 부분은 90%이상 음의 전달을 느낄 것이다.
하모니카는 국적을 불문하고 넘나들 수 있다. 파리의 샹송(Chanson)인
아다모(Adamo)의 "눈이 내리네(Tombe La Neige)"도 좋고, 멕시코노래인
"베사메 무초(Besame mucho, kiss me much)"도 좋으며, 나나무스쿠리가
불러서 유명한 원래 이탈리아곡인 "사랑의 기쁨(Plasir d'amour)" 역시 좋다.
또 아르헨티나의 경쾌한 탱고인 "라 쿰파르시타(La Cumparsita)"도 하모니카로
가능하며, 심지어는 베토벤의 제 5번 교향곡인 "운명"도 좀 시간(35분)이 걸리지만
언젠가 하모니카 매니아가 전곡을 불렀다 해서 토픽이 된 적도 있다.

나는 어릴 때 군부대(해병대) 가까이서 살았는데, 새벽에는 기상나팔이 ,
점심이 되면 식사시각을 알리는 나팔이, 밤에는  취침나팔이 늘 좀 슬프게 울렸던
기억이 있어, 하모니카로 곧잘 흉내를 내었다. 한쪽 줄을 혀로 막고 한줄로 부르면
흡사 나팔소리와 비슷했다. 하모니카로 기타소리도 낼 수 있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흰 눈 사이로..."와 같은 캐롤송도 쉽게 하모니카로 담을 수 있다.
하모니카로 부르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거의 명곡 수준이 된다.

하모니카를 부르면 대체로 폐기능이 향상되고 뇌혈액순환은 물론 전신의
혈액순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배의 복근이 강화되어 음식소화나 변비에도
좋은 것 같다. 무엇보다, 스스로 악기를 다룸으로서 연주하는 즐거움과
또 그 음악을 듣는 재미는 매우 좋은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고 본다.
하모니카는 혼자 불러도 좋고, 몇사람 앞에서도 좋고, 관중들 앞에서도 좋다.
집안에서도 좋고, 바닷가에서도 좋고, 한적한 들판에서도 좋다. 깊은 산 속에서
그윽하게 부는 하모니카의 정취 역시 대단하다.

내가 좋아하는 곡 중에 "글로리아 높으신 이의 탄생" 중에 "지극히 높으신 이의
탄생을 알리는 거룩한 천사의 무리/천상음악을 노래하네/글로~오오오~오오오~
오오 리아 인 엑스 첼시스 데오..."하는 부분을 불러보면 흥이 저절로 난다.
우리 민요 중에는 "아리랑"이나 "한오백년"등과 같이 불러보면 거의 중독성에
가까운 기분에 빠지기도 한다.

하모니카만큼 우리 유행가를 부르기 편한 게 없다. 최희준의 "하숙생"이 그렇고,
패티김의 "이별' 역시 그렇다. 내가 애창하는 박인희의 "모닥불'도 괜찮다.
세계명곡으로는 "다뉴브강의 물결"이나 "돌아오라 쏘렌토로"와 같은 곡도
하모니카로 손색이 없다. 노란 황동의 떨림판이 숨결에 따라 이렇게 멋진 음악을
선사해 줄 수 있을까, 참으로 신기하다.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좀 한적한 곳이라면
어디에서라도 가까이 할 수 있는 하모니카는 스트레스해소나 시간 보내기에도 안성마춤이다.

단, 사용 후에 청결하게 하고 물이 들어가거나 식후에 바로 부는 것은 오염이
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음악에 전혀 문외한인 필자도 하모니카 하나만 있으면
열(10)가수 부럽지 않고 마치 작은 관혁악연주회를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이다.
건강에 좋은 하모니카를 배움직 하다.